제58회 세무사 시험에 일부 과목 채점 실수 등 관리부실이 확인된 가운데 수험생들은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사안을 책임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고소도 검토하는 등 추가 대응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치러진 2차 세무사 시험에서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는 5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산인공 서울본부를 찾아 "불공정 시험을 촉발한 산인공은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연하 세시연 대표는 "감사 결과 발표는 이번 사태 후속 조치의 첫 발걸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국가 전문자격시험에서 일어난 비리 사건에 대해 이제 막 조사가 끝났고, 해당 국가조사기관이 극히 일부만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간 산인공은 각종 논란과 의혹에 고용노동부(고용부) 감사를 이유로 답변을 회피했었다. 세시연에 따르면 산인공 감사팀, 출제부, 채점팀, 운영팀은 정보공개청구 답변에서 수험생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내부 감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
전날 고용부가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산인공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고용부는 "출제위원 선정 시, 자격 담당자가 전산선정시스템에 따라 부여된 위촉 우선순위대로 선정하지 않는 등 출제위원 위촉규정을 미준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어수봉 산인공 이사장 등 책임 있는 인사의 사과나 입장 표명은 없는 상황이다. 이날 수험생들이 채점 본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외출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자필로 작성한 서면 자료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차 세무사 시험은 난이도 조정에도 실패했다. 고용부는 제2차 시험과목 전체 16개 문항 중 10개 문항에서 예상 난이도와 실질난이도가 불일치했고,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에서는 채점위원이 같은 답안 내용에 대해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등 채점의 일관성도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세시연은 그간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시험 직후 논란과 의혹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산인공이 중대한 오류를 의도적으로 묵인했다는 것이다.
세시연 관계자는 "중요한 업무를 맡은 고참 사원이 감사가 시작되자 휴가를 냈다"며 "감사 업무 공백은 물론 문제를 밝혀야 하는 시점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산인공 직원들은 문제가 없다는 사실로만 민원을 응대했다. 낱낱이 조사해 왜 그러한 행위를 했는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