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들이 지난해 두자릿수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의 전성기가 한국 수출의 주역을 담당하면서 이뤄낸 것이라면 최근의 성장은 자원개발, 제조업 진출 등 신규 사업의 성과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국 종합상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제2의 전성기의 배경에는 ‘사업다각화의 성공’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 자원개발의 성과가 속속 쌓이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이전의 무역중개 중심의 사업에서 자원개발로 기업 체질마저 바뀌고 있다.
지난해 22조원의 매출을 올린 SK네트웍스는 향후 신규성장엔진으로 중국,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5개 국가 10개 지역에서 추진 중인 광물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원가치만 해도 조 단위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지난해 중국정부의 합작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경영참여에 나선 북방동업의 경우 동 광산의 매장량만 해도 150만톤으로 우리나라가 2년 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는 평가다.
현대종합상사의 자원개발 사업도 올해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예멘 마리브 유전과 오만LNG 등의 자원개발 성과에 이어 지난 2005년 공식 출범함 예맨LNG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앞으로 20년 이상 안정적인 고수익구조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석탄·광물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의 해외 자원개발사업으로 알려진 호주 드레이톤 유연탄광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일찌감치 해외자원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미얀마 A-1광구 등 3개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중국 CNUOC에 판매하는 가스판매 및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LG상사는 지난 18일 오만 ‘웨스트부카’ 구조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종합상사들에게 해외 자원개발은 우선 경기침체가 심화될 올해 실적 향상의 견인차로 부각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자원개발은 한 번 성공하면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확보로 가치가 있다.
이와 관련해 푸르덴셜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자원개발 사업은 중장기 계획”이라면서 “실질적인 지분 투자를 통해서 사업모델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철강 제조업 참여 및 자원개발 등으로 영역을 사업을 다각화하며 해외거점 확대를 진행중이다. 기존의 에너지, 철강, 화학관련 원자재의 수출입 사업에서 형성된 내부역량이 기반이 됐다.
SK네트웍스가 단순한 원자재 수출입에서 벗어나 직접 철강 제조업에도 뛰어들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고광택 스테인리스 분야에 있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대양금속의 터키 현지 생산법인에 대한 지분 참여를 통해 유럽지역 철강제조업에 진출했다. 대양SK네트웍스메탈은 연간 12만톤의 스테인리스 냉연 생산능력을 지닌 터키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SK네트웍스의 사업다각화는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스피드메이트 자동차 경정비 사업을 통해 갖춘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해 ‘2년 4만km 무상 품질보증’ 서비스를 내세우며 중고차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최근에는 ‘카티즌’을 인수해 렌터카 사업을 펼치면서 자동차 원격진단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종합적인 자동차 서비스 업체로서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올해 자원개발을 비롯한 차세대 해외신규사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의 해외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종합상사는 국내 상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조선사업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5년 6월 중국 청도현대조선을 공식 출범시키면서 제조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다.
현대종합상사는 청도현대조선이 단순무역대행에서 탈피해 제조기반의 안정적 고수익 사업구조로 체질개선을 이루어 낸 대표적인 사업다각화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청도현대조선은 최근 러시아 볼가 발틱사가 발주한 5000DWT급 화물운반선 10척 수주에 성공하는 등 빠르게 사업이 안정화에 들어가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안정적 고수익 구조’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현대종합상사는 오만LNG, 카타르 라스라판 LNG 사업 등에서 연간 200억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얻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2006년 11월부터 첫 생산에 들어간 베트남 11-2광구 가스전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베트남 광구에서 양질의 유전이 추가로 발견돼 그 수익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종합상사는 자원개발사업을 중장기 중점 추진사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다수의 자원개발사업 수행에 따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유망광구를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사업다각화는 ‘미얀마 가스전’ 개발로 대표되는 자원개발의 성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스전 개발은 자원수출에서 머물지 않고 플랜트 건설 등 유관 사업으로의 확대의 ‘마중물’ 역할도 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12월 미얀마 A-1광구 및 A-3광구의 쉐, 쉐퓨, 미야 3개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중국 CNUOC (CNPC의 자회사로서 CNPC에서 계약이행을 보증함)에 판매하는 가스판매 및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체결된 가스판매계약은 미얀마 가스전의 생산 및 판매자인 대우인터내셔널, 한국가스공사, ONGC, GAIL, MOGE와 가스구매자인 중국의 CNUOC가 향후 가스 생산 및 가스관 운영이 지속되는 2012년부터 약 30년간 가스의 판매 및 구매에 관한 제반 조건들에 합의한 장기 계약이다.
지난 2000년 8월 미얀마 정부와 A-1광구의 생산물분배계약체결 이후 A-3 광구를 추가 취득한 이후 8년여에 걸친 사업추진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진행중인 가스전 설계 작업은 물론 해상 플랫폼 등을 포함한 향후 플랜트 건설 준비작업도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또 미얀마에 이어 100% 광구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35, 36광구도 지난해 2월에 우즈벡네프테가즈사와 탐사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지질구조 및 물리탐사를 실시 중이다.
LG상사는 기다리던 이슈가 왔다. 지난 18일부터 오만 ‘웨스트부카’ 구조에서 원유 생산을 개시한 것이다. 지난 인도네시아 ‘MPP 유연탄광’ 생산 개시에 이어 올해 두번째 해외자원개발 성과다.
특히 하루 1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약 20년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웨스트부카’ 유전에서 지분 50%를 보유한 LG상사는 하루 5000배럴 규모의 원유를 확보하게 됐다.
LG상사는 이번 오만 ‘웨스트부카’ 유전에서 본격생산을 계기로 오만 부카, 카타르LNG, 베트남11-2를 포함해 모두 4곳의 해외생산 유·가스전을 확보하게 됐다.
LG상사 관계자는“현재 석유공사와 함께 장기산출시험을 실시 중인 ‘카자흐스탄 아다유전’도 올해 안으로 원유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고, 중국 완투고 유연탄광과 인도네시아 뚜뚜이 유연탄광에서도 상업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올해가 해외 자원개발의 실익을 얻게 될 해임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도 웨스트부카 원유 생산개시가 수익성이 가장 높은 사업의 투자를 실현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푸르덴셜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연간 약 1000억원 수준의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LG상사는 올해 인도네시아, 오만, 러시아 사하공화국 등 전략국가에 대한 ‘컨트리마케팅’을 강화해 기존 해외자원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고, SOC 및 플랜트 등 연관분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