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거처럼 중앙은행이 독립이다라고 해서 물가만 보는 프레임은 많이 바뀌었다"며 물가와 성장을 함께 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이날 국회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가계대출이 많은 상태에서는) 이자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고, 앞으로 고령화에 따라 나이 많은 분들이 은퇴 후 생활자금을 위해 가계대출을 받기 시작하면 가계대출의 퀄리티(질)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과의 협력과 일관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논의되는 통화정책 트렌드는 '3C'(Comprehensive, Consistent, Coordinated)"라면서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 구조조정 정책 등을 통합적으로 보고 정부와 협력해 일관된 정책을 펼쳐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기보다는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성장을 고루 살피는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경기를 우려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위험)가 실현됐을 때 물가에 더 영향을 줄지, 성장에 더 영향을 줄지는 분석을 해봐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현실화한 변수가 성장과 물가 어느 쪽에 더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통화정책 성향에 대해서 "최근 중앙은행들의 정책도 큰 틀에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를 종합적으로 보고 정부정책과의 일치성, 일관성도 고려하며 서로 협조하는 가운데 물가 목표 어떻게 달성할까 이런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따라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이렇게 나누는 건 적당하지 않고 데이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정책을 조합해야 정부와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경우엔 매파, 어떤 경우엔 비둘기일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28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함에도 한은이 시장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은의 판단이 올바르다고 봤다. 그는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그날 국고채 금리가 20bp 가량 뛰게 된 것은 파월 연준 의장이 빅스템 언급을 하면서, 시장에 기대가 형성됐다"며 "한국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금리가 뛰어 펀더멘탈을 벗어나서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