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배드뱅크(부실자산 전담 은행)' 설립 검토를 제안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서다.
안 위원장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분과별 업무 보고 모두발언에서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서 주택담보대출에 따르는, 장기간에 걸쳐 저리로 연체된 대출을 상환하는 방안도 관련 분과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배드뱅크가 생길 경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출을 정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이 부담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기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기금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안 위원장은 금융위원회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금융위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6개월 만기 연장이 적용됐지만,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기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안 위원장은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안타깝게도 6개월 만기 연장은 6개월 시한부 생명 선고와 다를 바가 없다"며 "단기간에 자영업 사장들의 소득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작은 지금 상황에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현황은 올해 1월 말을 기준으로 133조 원에 달한다. 2020년 4월 이후 금융당국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한 대출 원리금도 291조 원이다. 6개월 만기 연장은 사실상 문제를 뒤로 미룬 조치에 불과한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지금 당장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는 데에 모든 분이 동감하실 것"이라며 "경제 위기가 끝나더라도 위기 여파가 훨씬 더 오래 지속한다는 점은 아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산소호흡기만 계속 달아드리는 데에는 한계가 달했다"며 "다음 정부는 자영업 사장들이 자가호흡할 체력을 키워드려야 할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