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쌍용자동차의 회생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기한 내에 인수대금 잔금을 미납하자 쌍용차가 인수·합병 계약 해제를 선언했다.
그간 에디슨모터스를 둘러싸고 업계에선 자금력을 비롯해 많은 의구심을 제기했지만, 개인적으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회생에 성공하길 바랐다. 쌍용차를 더 나은 회사로 만들고자 하는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진심만큼은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지만 갖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이번 사태에는 상호 간의 신뢰 부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자금력에 관해 의구심이 제기될 때 에디슨모터스는 “잘 준비하고 있으니 믿어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사모펀드가 컨소시엄을 빠져나가도 “자금 조달 방안이 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 측의 관계인 집회 연기를 수용하지 않고 계약 해제를 선택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쌍용차가 성공적으로 새 인수자를 찾으려면 신뢰 회복이 절실해 보인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정부의 어느 부처나 기관도 쌍용차 매각 문제에 앞장서 총대를 메진 않았다. 한때 대통령이 쌍용차에 해고자 복직을 요청해 회사가 이를 수용하기도 했지만,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민간 기업의 인수합병이라 해도 수많은 일자리와 완성차 산업 생태계가 걸린 사안이면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했지 않을까.
무작정 공적자금을 넣어 쌍용차를 살리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인수자와 쌍용차가 불신을 반복할 때 양측의 신뢰를 키워줄 역할 정도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양측이 날 선 발언과 기 싸움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허비할 때 갈등을 조율해줄 주체가 없으니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진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새로 출범할 정부에 쌍용차 매각은 큰 과제다. 회생은 시장에 맡기되, 이해 관계자들의 소통을 돕는 것. 새 정부가 가져야 할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