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총리보다 '정치 미래' 택했다…내년 당권 노리나

입력 2022-03-30 14:19 수정 2022-03-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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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기 국무총리 부담 커질 수도
과거 DJP가 예시…자기 세력 만들 듯
이준석 여론 안 좋아…당권부터 잡을까
백지신탁 우려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차기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고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했지만, 예상과 달리 인수위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초대 국무총리가 정치적 부담이 크고 백지신탁 문제도 있는 만큼, 일단 전면에 나서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당으로 돌아가 당내 기반을 닦은 뒤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치권에선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과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 정부 구성을 약속한 만큼 안 위원장이 인수위 활동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맡을 거라는 분석이 적지않았다. 안 위원장 역시 이를 두고 오랜 기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출범 전엔 책임총리 자리를 제안했다는 전언도 있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직을 어느 정도까지 고민하셨다. 아예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며 "주변에서 하도 조언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민을 오래 하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민 끝에 안 위원장이 내린 결론은 '국무총리직 고사'였다. 안 위원장은 30일 국무총리를 둘러싼 여러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자 직접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에게 본인 뜻을 펼칠 공간을 열어드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직을 고사한 이유는 자신의 정치적인 미래를 고려한 탓으로 보인다. 여소야대인 국회와 국정운영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국무총리를 맡게 되면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안 위원장이 정치적 미래를 생각해서 국무총리를 거절하지 않았겠냐"며 "정권 초에 국무총리 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정치 인생 끝날 수도 있는데 뭣하러 하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초대 국무총리보단 합당 후 당내 입지를 다지고 정치 세력을 더 키울 필요도 있다. 차기 대통령까지 바라보는 안 위원장으로선 당내 권력이 없는 상태로 국무총리가 되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

공동정부를 약속했지만, 집권 후 깨져버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정부가 그 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 김종필 전 총리와 DJP 연합을 구성했지만, 집권 2년 차에 내각제 개헌, 햇볕정책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갈라섰다. 안 위원장 역시 이런 상황을 배제할수는 없다.

안 위원장이 이날 "당에 지지기반을 넓히는 그런 일을, 또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그런 일에 공헌할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당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를 안 한다면 당권 잡는 것 말고 뭐가 있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젠더 갈등,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비판 등으로 당내 입지가 흔들리는 것도 안 위원장으로선 반가운 상황이다. 이르면 합당 직후 당권을 노릴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쯤엔 당권을 잡고 세력을 늘려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국무총리를 선택하게 되면 포기해야 할 안랩 주식도 안 위원장의 고려 대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안랩 주식 186만 주(18.6%)를 보유했지만,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000만 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두 달 안에 해당 주식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당선인이 처음 당선돼서 본인 뜻을 펼칠 공간을 만들어드리는 게 도리가 아니겠나 생각했다"며 "제가 할 일은 다른 역할로 국민과 국가에 공헌하는 게 더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백지신탁과 관련해선 "그 문제가 우려스러웠다면 정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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