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미래 비전 담은 사명으로
글로벌 시장에 한 단계 도약 기대
‘이름’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이나 단체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처럼 이름은 타인에게 나를 인식시키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사명(社名) 또한 마찬가지다. 회사의 이름은 사업 메시지ㆍ정체성ㆍ미래 비전 등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고객과 가장 처음 관계를 맺는 접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최근 기업들이 잇달아 사명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ㆍ철강ㆍ조선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사명을 바꾸는 중이다. 사업이 고도화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함에 따라 사명에 미래 비전과 지속가능 성장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특정 제품을 떠올리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브랜드를 각인시키고자 이름을 간소화하고 있다.
철강과 조선 분야의 중후장대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 친환경 사업 등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바꿨다.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하기 위한 의지로 분석된다.
29일 열린 두산중공업 주총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바꾸는 안건이 통과됐다.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합성어인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룹 체질 개선 및 신성장 동력 발굴, 친환경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중공업도 28일 주총에서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했다. 새 사명 HD현대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고, ‘투자형 지주회사’의 역할을 강화해 미래 사업 분야에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업계도 사명 바꾸기에 동참했다. 포스코강판은 ‘포스코스틸리온’이라는 새로운 사명을 갖게됐다. ’스틸리온‘(SteelㆍCompleteㆍIron 합성어)은 사업의 고도화, 생산 제품의 다양화 등으로 ’강판‘이라는 정체성을 벗고 철의 완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KG동부제철도 ‘KG스틸’로 이름 바꾸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해외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명에 특정 제품명이 들어가면 다른 회사에서 만든 제품명으로 오인하는 등 한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며 “바뀐 사명은 한계를 탈피하고 해외 진출 시 명확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밖에 가전 기업인 위니아딤채 또한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위니아’(WINIA)로 사명을 변경했다. ‘딤채=김치냉장고’라는 이미지를 벗고자 특정 제품군을 이름에서 제외했다.
위니아딤채는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수출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이에 간결한 네이밍을 통해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레, 다이슨 등 글로벌 업체들의 짧은 이름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소비자의 인식도 또한 높다”며 “위니아로 사명 변경은 해외 소비자들의 인식을 확대할 뿐 아니라 기존 위니아딤채나 위니아전자 등이 하던 사업 카테고리를 더 다양하게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