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또 책을 냈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정리한 책 ‘조국의 시간’을 펴낸 후 약 10개월 만이다. 신간 제목은 ‘가불 선진국’. 이 책은 25일 공식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조 전 장관은 이번 책에 대한민국의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았다.
사회권(社會權)이란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보장책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건강한 생활을 누릴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노동권 등이 포함된다.
조 전 장관은 대한민국의 사회권 강화를 위해 주택 및 지대 개혁, 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 노동 인권과 민생 복지 강화, 경제민주화 등을 꼽는다. 그는 “대학교수, 국가인권위원,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법무부 장관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오랫동안 고민하며 틈틈이 메모해둔 것을 이번 기회에 정리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공직을 맡은 사람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흑색선전과 편파적 비난은 바로 잡고, 따끔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여 미완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밝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마지막 장에서 여성,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주장한다. 조 전 장관은 “선진국의 또 다른 지표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경제적 부가 급증했지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책 ‘82년생 김지영’을 예로 든다. 이 책은 2016년 민음사에서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조 작가는 여성의 취업, 출산, 육아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문학’ 형태로 풀어내며 페미니즘 이슈에 불을 지폈다.
조 전 장관은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이 대학 졸업 후 회사에 근무하다가 31살에 결혼하여 딸을 낳아 키우면서 경험하는 성차별은 생생하다”며 “이 책이 출간 2년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한 사회적 이슈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별 임금격차, 여성의 ‘이중 근무’와 ‘삼차 근무’ 현실 등 엄연히 존재하는 여성 차별 현상에도 불구하고, 20대 남성 사이에는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 견해를 밝히며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는 이대남의 표를 얻기 위하여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유승민, 하태경 후보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대선 후보의 성별 갈라치기 전략은 참으로 저열하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정부는, 그리고 정치는 엄존하는 여성 차별 현상의 개선과 이대남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의 해소를 양자택일적으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정책과 예산으로 하나하나 조정하면서 국민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