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형 여자주인공, 재벌 남자주인공, 계약연애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정에 결말도 이미 뻔하다. 분명 예상되는 이야기임에도 익숙한 맛에 빠르게 빠져 든다.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라며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 이야기다.
‘사내맞선’은 현재 안방극장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안효섭, 김세정, 설인아 등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라이징 스타들을 주연급으로 캐스팅해 예상외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 방송한 ‘사내맞선’은 3회 만에 시청률 8%(이하 닐슨코리아)를 돌파, 6회에는 10%를 넘어섰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사내맞선’은 평범한 직장인 신하리(김세정)가 친구를 대신해 나간 맞선 자리에서 자신의 회사 대표인 재벌 3세 강태무(안효섭)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외모, 재력, 능력 뭣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재벌 3세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여자 주인공의 현실성 떨어지는 로맨스는 클리셰 범벅이지만 설렘 가득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자칫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코믹하게 풀어내며 “뻔한데 재밌다”는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이다.
그렇다고 마냥 유치하고, 재미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배치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짚어낸다. 진영서(설인하)가 이웃 남자에게 받은 소품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발견하는 에피소드를 통해서다. 불법 촬영 카메라에는 진영서와 신하리의 모습이 찍혔고, 이웃 남자가 처벌을 당연히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두 사람에게 경찰은 “벌금형 정도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알게 된 강태무는 가해자에게 실질적인 응징을 가하며 여성들이 꿈꾸는 판타지를 그려내며 마무리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반응도 뜨겁다. TV 방영과 함께 넷플릭스에도 매주 업데이트되는 ‘사내맞선’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1위, 인도·대만 2위에 랭크됐다. 지난 9~10일 기준 전 세계 5위까지 올랐다.
‘사내맞선’은 ‘K-로맨스(한국형 로맨스 드라마)'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장르물 열풍에 로맨스물 인기가 잠시 주춤했지만, 젊은 감각으로 새롭게 탄생한 로맨스물인 ‘사내맞선’이 ‘K-로맨스’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고, 대선이 끝나면서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져 생각 없이, 편하게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욕망이 커졌는데 ‘사내맞선’은 이를 잘 충족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예전부터 ‘별에서 온 그대’, ‘미남이시네요’, ‘사랑의 불시착’ 등 K-로맨스 계보들이 있었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팬들의 기대감이 크다”며 “아시아권이긴 하지만 저력을 낮게 볼 수 없다. 그 힘을 기반으로 해서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적인 창구를 통해 뻗어 나가며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