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러시아 기업 및 자산의 미국 내 동결 조치와 함께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미국계 기업들도 동참하여 러시아 국내 영업의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러시아 시민들의 침공에 대한 불만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상대국 국가원수에 대해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푸틴 본인에 대한 개인 자산 동결 조치까지 가하는 강한 대응을 하고 있다. 유럽 또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물론 개별국가별로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그간 러시아와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주저해왔던 독일이 러시아와 직접 연결하는 가스 라인인 ‘노르드스트림2’ 사업의 중단을 선언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고,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제재에 동참하였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연방기금금리(FFR)를 0.25% 인상함으로써 제로금리 시대의 마감을 선언하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용 등 여타 경제지표보다 더 긴급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조치다. 올해 목표금리를 1.9%대로 발표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있을 6차례의 이사회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훼손으로 휘청거리던 세계경제에 또 다른 공급 충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세계는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시기와 유사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즉, 높은 물가와 경기침체가 병존하는 상황이다. 에너지대국으로서 러시아는 세계 원유 생산의 13%, 천연가스의 17%를 공급하고 있고 세계적인 알루미늄과 니켈 생산국이다. 우크라이나 또한 세계 밀 수출의 12%, 옥수수 수출의 16%를 차지하여 ‘유럽의 빵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농업대국이다. 이들 두 나라 간의 전쟁으로 인한 생산 감소와 수출 중단이 세계 에너지, 곡물 및 주요 금속 시장에 주는 충격은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생각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충격이 기존의 코로나 공급망 충격에 더하여 세계 주요 상품시장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또 다른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는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2021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를 돌파하게 되었다. 미 백악관이 올해 2월 발행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행계획을 보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안보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인프라, 첨단 기술 및 공급망 분야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동맹 규합 움직임과 중국에 대한 견제로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대체 불가능한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감내하여야 하는 비용이 클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략전쟁을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정의(正義) 차원에서는 물론 경제적인 지원에 있어서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