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었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환자 발생 이래 2년 2개월 동안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감염된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3일(0시 기준) 신규 확진자 49만881명, 누적 1042만7247명이라고 밝혔다. 이날 확진자는 17일 62만1205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위중증 환자 1084명, 사망자 291명이었고, 재택치료자는 모두 182만7031명이다.
누적 확진자 가운데 90%가 전파력 강한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최근 한 달 반 사이 감염됐다. 코로나 확산이 정점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이지만 아직 알 수 없다. 방역당국은 이달 12∼22일 정점을 지나고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31만6000∼37만2000명으로 예측했으나 최근 확진자는 그보다 훨씬 많다.
해외에서는 국민 20%가 감염이력을 가졌을 때 유행이 꺾이는 추세였지만, 국내의 경우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이 유행의 정점이라 해도 본격적인 확진자 감소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가 21일부터 사적모임 제한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등 거리두기를 완화한 데다, 전파력이 더 센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이 심상치 않은 까닭이다. 당분간 감염이 더 번질 가능성도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확진자 폭증으로 2∼3주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환자 2000명, 하루 사망자 600명 이상도 전망된다. 이미 의료현장 혼란이 심각하고 진료여력은 한계상황이다. 집단감염과 인력난으로 업무가 마비된 의료시설도 잇따른다.
감염 억제를 위한 방역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인데, 치료제마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미국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76만2000명분 들여오기로 계약했으나 지금까지 16만3000명분(21.4%)만 도입됐고 24일 4만4000명분이 추가로 도착한다. 도입물량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용돼 재고가 간당간당하다. 신속히 복용해야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의료기관 처방을 받아도 약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뒤늦게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10만 명분을 도입키로 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성인 대상으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 약은 임상시험에서 입원·사망 위험 감소효과가 30%대로 팍스로비드의 88%보다 크게 낮았고 암이나 기형 유발 우려까지 제기됐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초기의 ‘마스크 대란’에 이어, 백신의 적기 확보 실패로 인한 ‘백신 대란’, 그리고 이제 ‘치료제 대란’까지 빚어질 조짐이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효과 높은 치료제가 제때 공급되도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일이다. 더 이상 방역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