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 “고궁·전통시장 관광 한계…개발 골든타임”

입력 2022-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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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전환 시점 '서울' 관광에 대한 리마인드 시켜야할 때"
도심등산관광안내센터를 설립…“산악 관광 명소로 만들 것"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금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관광시장을 선점하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금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관광시장을 선점하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 관광은 그동안 고궁, 전통시장 등 몇 가지 관광자원에 한정돼 발전해 한계가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서울 관광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부분의 과감한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다.

23일 이투데이와 만난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금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관광시장을 선점하는 골든타임”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3년간 억눌렸던 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길 대표는 “엔데믹 시대로 전환하려는 이 시점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서울 홍보에 투자해야 한다”며 “코로나와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볼거리가 있는 도시, 질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도시라는 것을 리마인드 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관광재단의 연구 결과, 2019년 서울지역 관광지출에 따른 경제효과는 약 26조290억 원으로 승용차 87만 대에 달했다. 길 대표는 “관광은 외화가득률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출은 취업·창업 등 다양한 지표에서 승수효과를 발생한다”고 전했다.

길 대표는 “관광에 대해 정부의 투자가 부족하다”며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관광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아오는 걸로 착각한다”며 “기존의 랜드마크만으로는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 서울관광의 미래를 위한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서울관광재단에 부임한 길 대표는 허니문여행사·코레일관광개발을 이끈 현장 경험을 가졌다. 코레일관광개발 대표로 재직 중에는 레일크루즈 ‘해랑’, 남이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류관광열차’ 등 테마 열차를 개발해 큰 성과를 거뒀다.

그가 서울에서 준비 중인 신규 사업은 ‘등산·트레킹’이다. 길 대표는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이라며 “서울 강북구, 도봉구 등 도심등산관광안내센터를 설립해 관광객 누구나 쉽게 방문해 산악 관광을 할 수 있고 관광 관련 정보도 안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의 관광연구팀에서 전세계 7개 권역(동북아, 동남아, 미주, 구주, 대양주, 중동·아프리카, 기타) 2963명에게 조사한 결과 응답자 71%가 서울 등산·트레킹 코스를 체험하고 싶다고 답했다. 62.5%는 재단에서 설립을 추진 중인 등산관광안내센터를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길 대표는 “외국인들에게 그동안 서울에서 왜 산을 가지 않았느냐 물으니 정보가 없어 몰랐다고 하더라”며 “도심등산관광안내센터에서 등산복과 등산화를 대여해주고 왕복 3시간 가량의 코스를 만들어 산과 도심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강북구청, 도봉구청, 블랙야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6월 오픈을 계획으로 도심등산관광안내센터 사무실 리모델링 중이다.

1500만 반려동물 가족을 대상으로 반려견 동반 서울 관광코스도 개발 중이다. 길 대표는 “관심 있는 구와 함께 펫카운티를 지정해 공원도 만들고 사료나 미용도 집적된 곳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금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관광시장을 선점하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금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관광시장을 선점하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여행업계 존속을 위해 운영비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총 165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관광 회복을 준비하던 관광업계가 버틸 수 있도록 사업장 운영과 관광재개를 위한 차등없는 현금지원으로 사업체당 사업장 유지 명목으로 300만 원의 경영 위기 극복 자금을 지원한다.

길 대표는 “지원금에 대한 현장의 만족도가 높다”며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된 ‘뉴노멀 관광콘텐츠 공모 사업’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뉴노멀 관광콘텐츠 공모 사업’은 코로나 이후 글로벌 관광시장 재개를 대비해 지난해 하반기에 추진했다. 170개사를 대상으로 신규 관광콘텐츠 개발, 온·오프라인 홍보마케팅, 홈페이지 구축 등을 지원했다. 선정된 관광콘텐츠 1건당 협업 분야는 최대 2000만 원, 일반 분야는 최대 1000만 원까지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했다. 이 사업의 전반적 만족도는 94.7%, 실질적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97.8%에 달했다.

마이스(MICE) 산업 회복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MICE 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총칭하는 산업으로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높은 미래 핵심 먹거리 산업 중 하나다. 서울은 세계 국제회의 통계를 공식 집계하고 있는 국제협회연합(UIA)에서 전 세계에서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도시 3위에 6년째 선정됐다.

이와 관련, 서울시와 함께 총 27억 원을 지원한다. 엔데믹에 대비해 현장 참가자가 20%가 넘는 국제회의에 최대 2억 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첨단기술 사용료, 기획사 비용, 행사장 사용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길 대표는 “윤여정 배우의 오스카상 수상, 오징어게임 등 문화적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해 많이 아쉽다”며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면 마이스업체에 한류 문화적 요소를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데믹 후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 초기에 혼란스럽지 않을까. 길 대표는 “올 하반기에 잠시 엇박자가 날 수 있지만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 대표는 “사람이 찾지 않는 도시는 유령도시가 된다”며 “산업이 고도화되고 있어 사람들이 이동하는 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그게 관광이다. 코로나에 잠시 멈췄지만 사람이 많이 찾아야 도시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이 관광도시로 성장하려면 이대로는 안된다. 서울시는 물론이고 문화체육관광부도 관심을 갖고 예산이나 인력을 과감하게 투자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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