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연기에 속타는 한전…“연료비 동결시 적자폭 더 커져”

입력 2022-03-2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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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 사진=뉴시스

전기요금 인상 발표가 연기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 해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원자력발전 재개’에 대한 기대감에 반등했던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주춤한 모습이다. 증권가는 원전 비중이 높아져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만큼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한국전력은 전날 대비 1.10% 오른 2만3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6일(2만4650원) 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7%넘게 하락했다가 소폭반등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탈원전 폐기 기대감에 지난달부터 주가가 20% 오르는 등 반등에 나섰으나 숨고르기에 나선 모양새다. 외국인과 기관이 며칠 새 매도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올해 내내 매수세를 높여오던 외인과 기관은 3거래일 동안 각각 129억, 246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전기요금 조정 실적 현황. 자료=신한금융투자
▲전기요금 조정 실적 현황. 자료=신한금융투자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kWh당 3원 인상)이 지난 20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연기되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일정을 미뤘다. 발표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은 2020년 말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 후 처음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요금에 반영돼야 하나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미 적자가 크게 쌓인 한전은 최근 에너지 가격의 폭등에도 발전 원가 인상분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고금리 채권 발행을 늘리는 불안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계획된 투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무리한 자금조달에 나선 것이다. 한전채 발행 규모는 12월 말(34조800억 원) 부터 매달 1~2조 원씩 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0월부터 생산단가가 판매단가를 추월해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 상태다. 지난달 통합 전력도매가격(SMP)은 킬로와트시(KWh)당 197.32원으로 전년 동기대비(75.44원) 161%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엔 5조90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5조 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증권가들은 올해 한전이 14~19조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도매가격(SMP)과 국제유가 가격 추이 현황. 자료=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전력도매가격(SMP)과 국제유가 가격 추이 현황. 자료=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에너지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가 예상되는 만큼 적자는 더 쌓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회담 소식에 주춤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속출한 악재에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2.12달러로 7.1% 올랐다.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생화학 무기 사용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는 등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 커진 상태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자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2만6000원에서 2만3000원으로 목표가를 하향했다. 신영증권(2만9000원→2만6000원), 유진투자증권(4만3000원→2만8000원), 메리츠증권(2만6000원→2만3000원), 키움증권(2만6000원→2만4000원) 등도 낮춰 잡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전 이용률을 끌어올려 돌파구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근본적으로 적자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유럽처럼 실리와 현실 가능성을 챙긴다는 점에서 관련 원전산업에 수혜가 예상된다”며 “원전가동률은 상승할 것으로 보이나 올해 손실을 바꾸지는 못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속되는 손실을 완화할 수 있는 전기료 요금체계의 조율이나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돌파구”라며 “돌파구의 키는 모두 정부의 손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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