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등 대기업이 올해 상반기 공개 채용에 나선 가운데, 벤처·스타트업 업계도 대규모 공개 채용에 나섰다.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유니콘인 당근마켓, 리디,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는 물론, 샌드박스와 요기요 등 쟁쟁한 스타트업도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은 지원자들의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 ‘연봉 인상’, ‘스톡옵션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을 앞다퉈 내걸었다.
콘텐츠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리디는 이번 상반기 채용을 통해 입사한 경력직에게 직전 연봉의 30% 인상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또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출금 1억 원 한도 내에서 주택 매입 및 전세에 대한 이자를 지원한다. 연간 최대 240만 원의 운동비와 심리상담도 제공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몰로코는 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지급하고, 전사 자율 출퇴근제 및 무제한 휴가제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몰로코는 올해 기존 재직자 80여 명을 넘어서는 대규모 상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세자릿수 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맞춤형 보상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입사자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지급하고, 리프레시 휴가 및 장기근속 포상 등 각종 복리 후생을 제공한다.
올해 기술 인력 300여 명 영입을 목표로 하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최근 주 32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또 올해 정규직 임직원에게 모회사의 주식을 부여하는 보상프로그램도 도입했다. 1년마다 만근한 직원에게 독일에 상장한 모회사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주식을 부여한다.
대부분 채용이 개발자 등 IT 직군 중심이지만, 마케팅이나 PM(프로덕트 매니저), 콘텐츠 제작 등 비 개발 직군을 모집하는 곳도 많다. IT인재 양성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는 45개 부문 전 직군을 채용 중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전 직군에 걸쳐 인턴 포함 신입도 모집한다.
빠른 채용과 지원자의 편의를 위해 제도 개선을 한 스타트업도 눈길을 끈다. 요기요는 모든 면접을 하루에 진행하는 ‘원데이 면접’ 제도를 도입했다. 48시간 이내 서류를 검토하고, 코딩 테스트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당근마켓은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설문지 형태로 핵심만 간략하게 작성하는 서류 지원 양식을 마련했다. 서류 합격 결과도 24시간 안내한다.
최인호 요기요 R&D 센터 전무는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획기적인 주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고 좋은 개발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빠른 채용 제도 도입의 이유를 설명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활발한 고용 창출 능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스타트업 고용 증가율은 9.4%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3.1%) 대비 3배 이상 높다. 특히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약 32.5%로 전체 보험가입자 증가율보다 무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쟁쟁한 스타트업의 채용 경쟁에 소규모 스타트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 대표의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개발자 지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력이 모자란 데, 요즘 너나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채용을 하니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