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김영삼·문재인 대통령도 실패했는데…첫 ‘용산 대통령’ 시대 열리나

입력 2022-03-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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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연합뉴스)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까.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수차례 시도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또 다시 추진된다.

단 이번에는 이전지로 광화문이 아닌 용산이 거론되고 있다. ‘용의 땅’에서 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당선인 측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 적극 검토”

15일 윤한홍 의원,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내정자, 경호처, 경찰청, 행정안전부 실무자 등 대통령 인수직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인사들이 용산구 용산동 국방부 청사 지하부터 10층까지 실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과 김 경호처장 내정자는 경호와 대통령실 배치 문제 등을 의논했으며, 윤 당선인이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두고 업무를 보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대통령 집무실 구성을 위한 실무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때부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의지를 강력히 표명해왔다. 지난 1월 그는 “새로운 대통령실을 광화문 청사에 설치하겠다”고 공약하며 청와대 용지를 국민에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광화문은 이전은 사실상 현실화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됐다. 윤한홍 의원은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대통령실을 두면 청와대 영빈관과 헬기장을 이용해야 해 청와대 전면 개방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청사별관의 공간 문제와 경호·경비 문제, 교통통제 문제 등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2019년 1월 4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 된 이후에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2019년 1월 4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 된 이후에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검토됐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광화문 대통령시대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무실 이전을 강하게 추진했으나 결국 백지화했다.

당시 유 전 청장은 2019년 1월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에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호·경비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풍수지리 문제도 불거져... 용산은 풍수상 길지

그간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이 꾸준히 거론된 것은 청와대 구조상 비효율과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인식 타파 등 위해서였다. 여기에 ‘풍수’도 이유의 한 축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유 전 청장은 집무실 이전 백지화 발표를 하며 “현재 관저가 가진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하면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 풍수학자는 경복궁 뒤에 있는 청와대가 ‘흉지’라며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이나 임기 이후 불운을 맞게 된다고 주장한다.

집무실 이전지로 유력한 용산은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배산임수’ 터로 풍수학상 명당이다.

또한, 용산 국방부 청사는 경호·경비, 교통, 공간 문제 등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이전 시 불거지는 문제에서 비교적 벗어난다. 국방부 부지 내에는 헬기 두 대가 이착륙 가능한 공간이 있으며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수 있는 국방컨벤션센터도 청사 주변에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집무실 따라 대통령 관저도 용산으로... 3군 총장, 국방부 장관 등 공관 활용 가능성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지면 대통령 관저도 옮겨질 예정이다. 새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공관촌에 있는 3군 총장 공관이 유력 후보다. 3군 총장 공관은 3개가 붙어있는 형태로, 담을 터 한 공간으로 쓸 수도 있다. 대통령 경호 인력이 상주할 공간도 충분해진다. 3군 총장 공관은 폐지가 검토될 정도로 잘 쓰이지 않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국방부 장관 공관이나 외교부 장관 공관이 관저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된다고 해서 국방부 청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한홍 의원은 “국방부 신청사와 구청사에 남아 있는 공간이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고, 소폭의 리모델링만 해도 기존 건물에 대통령실이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방부 이전이 필요하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신청사도, 구청사도 공실이 없어 부서를 쪼개거나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국방부 청사 이전지는 정부과천청사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국방부와 함께 있는 합동참모본부는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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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기관 밀집, ‘국민 속으로’ 공약 의의 퇴색 등 우려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본격화되며 윤 당선인 첫 공약 이행과 함께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이나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국방부가 용산 일대에 밀집되면 위기관리 시설이 한곳에 모이게 된다. 전쟁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이 군사시설인 국방부로 옮겨지면 ‘국민과 소통하겠다’던 기존 공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방부 영내는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국방부 청사 인근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시민 공원으로 전환되고 있으므로 이전한 집무실에서도 국민과 쉽게 소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이전 TF는 윤 당선인의 임기 시작 전까지 집무실 이전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윤한홍 의원은 “3월 넷째 주 까지는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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