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푸틴의 ‘발톱’, 러시아를 할퀴다

입력 2022-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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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국제경제부 차장

지난달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어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푸틴은 2000년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러시아를 국제질서의 중심에 올려놓겠다는 원대한 야망을 품었다. 그리고 22년 만에 ‘발톱’을 드러냈다.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부활’을 하기는 했다. 러시아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쪼그라든 경제 규모 탓에 뒷방 늙은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여전히 세계 2위 군사 강국이지만 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12위 브라질을 조금 앞섰다.

자연스럽게 서방의 경계 대상 순위에서도 중국에 밀렸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이 제일 먼저, 그리고 그다음이 러시아”라고 말했다. 서방의 관심은 ‘대국굴기’를 노골화한 중국에 온통 쏠려왔다.

푸틴은 이번 도박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미국과 유럽이 쉽게 분열만 해주면, 크게 싸우지 않고 이길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결속력은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동맹을 미국 등쳐먹는 나라로 폄하하면서 시작된 균열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9년 7월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성토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나토의 자중지란에 쐐기를 박을 가능성이 컸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흐르는 천연가스관은 유럽의 생명선이다. 유럽 최대 규모인 네덜란드 북부의 그로닝겐 가스전이 수명을 다하는 등 유럽 대륙의 천연가스 공급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사이 러시아 의존도는 커졌다. 유럽 천연가스 수요량의 40%가 러시아에서 들어온다.

푸틴은 천연가스로 유럽의 숨통을 조이면 미국과 틀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봤을 수 있다. 트럼프 정권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저지하려 하자 당시 일부 유럽국은 “유럽의 에너지 공급 문제는 유럽이 알아서 한다”며 미국은 빠지라고 발끈했다. 에너지는 유럽에 그만큼 민감하다.

그러나 푸틴의 구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과 유럽은 ‘찰떡’ 공조로 자유세계 질서에 도전한 러시아에 본때를 보여주고 있다. 이례적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제재를 쏟아냈다. 국가 지도자를 직접 제재하지 않는 외교 관례를 깨고 푸틴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금융 핵폭탄도 날렸다. 나토에서 근무하는 유럽 외교관조차 “나토와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단결과 협력에 솔직히 놀랐다”고 말할 정도다.

그 배경에는 전열을 정비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외교팀이 있었다.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에 국제사회가 책임을 물을 때,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대러 제재의 연습문제를 풀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의 혼란도 약이 됐다.

푸틴의 오판은 또 있다. 우크라이나를 과소평가했고, 세상의 발전을 얕봤다. 우크라이나 병사는 항복하라는 러시아군을 향해 “꺼져”라고 외치며 전사했다. 그 결기가 수적으로 우세한 러시아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외부세계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낡아 빠진 수법도 ‘초연결사회’에서 먹히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로 우크라이나를 세상과 접속시켰다. 세상을 촘촘하게 연결한 소셜미디어는 러시아의 철 지난 선전전을 발가벗겼다.

푸틴의 발톱은 결국 러시아를 갉아먹을 것이다. 혹여 이번 전쟁이 러시아에 기울더라도 세계는 푸틴의 실체를 똑똑히 봤다. 세계는 지도자 광기가 지배하는 러시아와의 ‘손절’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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