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왜 '매파'로 변했나

입력 2022-03-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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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기준금리 동결
채권매입 종료 시점 앞당겨
우크라 전쟁발 물가 급등 우려 커져
유로 가치 하락도 고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EPA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한 채권매입 종료 시기를 앞당겼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할 경제성장 둔화보다 물가 급등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동결했다.

반면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한 채권매입 종료 시기를 3분기로 앞당겼다. 현재 월 200억 유로(약 27조 원) 규모로 진행해온 채권매입을 4월 400억 유로, 5월 300억 유로로 늘린 후 6월 다시 200억 유로로 복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계획은 2분기 월 400억 유로, 3분기 월 300억 유로로 늘렸다가 4분기에 200억 유로 규모로 복귀한다는 것이었다.

ECB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에 있어 분수령”이라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의 채권매입 조기 종료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분수령이 됐다. ECB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경제성장에 방점을 두며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뜩이나 뛰고 있는 물가를 더 치솟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성장세를 제약하고 물가상승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경제활동과 물가에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국제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럽 내 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식품,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탈리아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41.8%나 급등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를 터치하며 14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올 들어 150% 폭등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ECB는 물가 전망을 기존 3.2%에서 5.8%로 대폭 상향했다.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는 4.2%에서 3.7%로 하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로 가치가 급락한 점도 추가 물가 급등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유로·달러 환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2주 동안 약 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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