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실물경기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지원ㆍ완화조치 등이 시중유동성 확대와 더불어 가계·기업의 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BOK 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비동조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특히 코로나19 이후 양 사이클간 괴리현상이 더욱 심화하면서 금융·실물 불균형(신용/GDP)이 악화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2000년 1분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까지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의 동조화 지수는 0.69였지만 2009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는 0.49로 떨어졌다. 실물경기와 금융 부문이 같은 국면에 있을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의 금융사이클은 2018년 이후부터 제7순환 확장국면에 진입했으며, 코로나19 이후 빠른 상승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사이클이 확장 국면에 있다는 것은 신용이 확장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실물보다 금융 부문의 팽창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사이클 심도(진폭)를 가늠하는 실질신용갭률은 코로나19 이후 단기간 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일부 산출방식에 따라서는 2021년 3분기 말 수준(5.1%)이 과거 신용카드 사태(2002년 4분기 3.4%)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4분기 4.9%)를 웃돌았다.
특히 보고서는 주택가격 사이클이 금융사이클과 강한 동조관계를 지속하는 가운데 주택가격 움직임이 가계신용 확장에도 영향을 받아 사이클의 진폭을 확대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 이정연 팀장은 "현재 금융사이클 확장국면은 금융불균형 확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사이클 심도를 낮출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