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 중앙정부 일자리 정책 힘 발휘 못해
이것이 오늘날 중요한 이유는 지난 2년을 넘게 전 세계를 괴롭혀 온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주민과의 생활밀착을 통해 그들을 위로하고 지원한 곳은 지자체였다. 코로나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거리두기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들을 만나고, 위로하고, 얘기를 들어준 주체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였다. 2년 동안 중앙정부는 재정지원을 제대로 해 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든 것도 아니었다.
이를 안 듯 문재인 대통령은 2월 22일 국제노동기구(ILO) 글로벌 포럼에서 코로나 위기는 곧 일자리의 위기라 진단하며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시도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하였다. 또한 앞으로 일자리는 사람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것에서 고용보험자격 취득 유무로 정책의 효과를 따지는 중앙정부 일자리 정책이 얼마나 사람 간의 관계를 간과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참여소득·시민수당, 사람 간의 관계 바탕으로 하는 정책
참여소득, 시민수당은 일자리 정책은 아니지만 일자리정책이 포용하지 못하는 사람 간의 관계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정책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관계 단절 상황을 수시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AI)으로 인해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수도 상당수 증가할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과거와는 전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참여소득, 시민수당이다. 과거와 달리 재능기부라는 멋진 이름으로 무상의 봉사가 아닌 사회 구성원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여기에 상응하는 수당 지급은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처음 이를 공식적인 제도로 정착한 곳이 바로 광주의 광산구청이다. 조심스럽게 단언하건대 올해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의 이와 같은 움직임 빈도는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지자체에 정책·예산 편성권 일부라도 이양해야
그러나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첫째, 프로그램 우선순위 설정이 지자체,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자발적 요구와 필요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는 프로그램의 가치를 시민과 주민이 결정하게 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야 프로그램 지속성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일자리로 접근하지 말고 지역의 사회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자리정책으로 접근하게 되면 시민의 가치를 높이기에 전념하기보다는 일자리 수 늘리기에 몰두하기 쉽기 때문이다. 셋째, 양적 성과 평가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적 평가에 치중하게 되면 이를 높여주는 프로그램만 만들게 되어 지역 시민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과 괴리를 가져 올 수 있다. 넷째, 소위 짬짜미, 끼리끼리의 문제이다. 공동체에서 필요한 프로그램과 정책 결정 시 지역주민과 관료, 민간 이해관계자 간의 야합으로 지역주민 다수의 요구를 무시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시민의 가치를 높여주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정책과 예산 편성권의 일부라도 이양해 줘야 한다. 이미 중앙정부의 정책은 시민의 삶의 필요와 요구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