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일 마지막 유세에서 네거티브 대신 정책 승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막판까지 알 수 없는 승부 속에서 상대 후보를 향한 공세보단 본인의 강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선을 하루 앞둔 이 날 윤 후보는 제주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22일 간 진행된 유세 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한 공격성 메시지를 냈던 것과 달리 이날 윤 후보는 각 지역에 맞는 정책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과거에 (제주에) 네트워크 회사들이 좀 들어왔고 지금은 아마존코리아, 구글코리아도 제주에 들어와서 앞으로 사업성이 어떨지 타진하고 있다"며 "제주도 자체로는 예산도 얼마 없고 이런 걸 지원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또 제주의 숙원 사업인 관광청 설치도 약속했다. 그는 "제주의 관광이 그냥 먹고 노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사와 문화, 인류학을 공부하고 배울 수준 있는 관광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4.3 사건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한민국 국격과 헌법정신을 위해 과감하게 검토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연제구 온천천 유세에서도 이 후보를 향한 발언 수위는 전보다 낮아졌다. "버르장머리 없는 나쁜 머슴"이라고 하는 등 네거티브로 일관했던 전날 유세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부산을 위한 정책을 약속하는 등 공약 중심으로 유세했다.
윤 후보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부산을 발전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윤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과학기술을 끌고 갈 대학과 연구소 등이 있어야 (부산이) 세계적인 무역과 해양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부산 산업은행 배치를 시작으로 한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부산 배치를 내세웠다. 윤 후보는 "서울과 부산 두 개의 축이 작동돼야 대한민국 전체의 지역균형발전과 성장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견제도 있었다. 제주에선 "(민주당이) 우리 당의 이탈자를 모아 저를 탄핵할 수도 있다고 떠들고 다닌다"며 "저에겐 가장 막강한 정치적 지지세력이 있다. 바로 국민 아닌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부산에선 "금융 도시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산·경남지역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확고히 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이 개인과 정파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하고 공정하지 않다면 어느 은행과 기업이 투자하겠느냐"고 이 후보의 대장동 사태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난 5년간 민주당 정권의 일당 독재 행태를 보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며 "대장동같이 8500억을 김만배 일당이 털어먹고 그 부정부패와 돈의 자금추적도 안 하는 정권은 경제를 번영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엉터리 머슴들이 있는 나라에서 경제번영은 절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발언 수위를 조정한 이유는 대선을 하루 앞두고도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막연하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보단 정책 승부를 걸면서 막판 중도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의도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내에서 활동하는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연설에서 상당히 품격을 지켜서 연설을 한 것 같다. 인신공격은 안 했지 않냐"며 "저쪽에서 오히려 (네거티브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서 그런 품격을 지키면서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대본부 내 또 다른 비수도권 한 의원은 통화에서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며 "선량한 분들과 대한민국을 같이 끌어내겠다는 메시지들을 쭉 낼 것이다. 긍정적인 효과가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