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연이어 끊기고 있다. 러시아 항공사들이 자국 비행기의 억류를 우려하며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도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어 현지 교민과 기업인의 불편이 우려된다.
8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현지 연방항공청 권고에 따라 러시아 국적 항공사들은 국제선 정기편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국제 사회의 제재로 자국 항공기의 억류나 압류 가능성이 커졌다며 “외국 회사와 리스 계약으로 항공기를 빌려 운용하는 항공사들은 외국으로의 승객이나 화물 운송을 일시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실제로 이집트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러시아 우랄항공 소속 항공기가 이륙이 거부되며 현지에 발이 묶이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8일부터 벨라루스를 제외한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지역 항공사 S7(시베리아항공), 아에로플로트의 자회사 ‘로시야’, 저가항공 ‘포베다’와 ‘오로라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도 국제선 운항 중단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의 서울 지점도 한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자사 항공편이 4월까지 결항한다는 소식을 공지했다.
인천과 모스크바를 연결하는 하늘길은 완전히 끊겼다. 지금까지 인천~모스크바 여객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에로플로트가 각각 주 1회씩 왕복 운항해왔다. 이미 대한항공은 현지에서 연료 보급이 불가능한 사실을 확인한 뒤 2주간 해당 노선을 결항시킨 상태라 이번에 아에로플로트까지 항공편을 취소하며 당분간 양국 수도를 연결하는 직항편은 뜨지 않는다.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도 결항하거나 지금보다 운항 횟수가 줄어든다. 동아시아 지역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노선에서는 러시아 국적사 S7과 오로라항공이 빠지고 국내 항공사만 남는다. 지난달 S7과 오로라항공은 인천~블라디보스토크 노선에 각각 10회, 3회씩 항공편을 띄우며 총 1500여 명의 승객을 실어날랐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취항 중인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은 당분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항공편 운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정상적으로 항공기를 띄웠고, 에어부산 항공편은 19일 출발할 예정이다.
시베리아 제1의 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와 인천을 연결하던 S7 항공편도 끊긴다.
러시아 주요 도시와 한국 간의 직항편이 사라지며 현지 교민과 기업인의 불편함도 우려된다. 이미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행 항공편이 취소되며 혼란함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교민은 “블라디보스토크발 한국 행 직항편이 사라져 모스크바로 간 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거쳐 인천으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직항편으로 3시간인 거리를 15시간 이상 걸려 가는 것이다.
사업 목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기업인의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는 경제 중심지로, 기업인의 왕래가 잦아 직항편 수요가 높은 도시다. 향후 국적사마저 운항에 변동이 생긴다면 업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국내 기업도 다수 진출해있고,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는 곳이라 물류 수요가 높다”며 “인천~블라디보스토크 직항편은 탑승률이 매우 높을 정도로 비즈니스 수요가 집중되는 노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