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외국계 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자 전 은행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의 본점의 부산 이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금융·경제위기에 대응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 지방은행의 터전을 빼앗으며 지역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한국씨티은행 노조 등은 7일 오전 11시 은행 본점 이전 망언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1970~80년대처럼 정부가 은행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본점 이전에 대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은)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수많은 삼성, LG, SK, 네이버 등 수많은 기업의 본사를 다 지방으로 이전하겠단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역은행의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역기업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남은행, 부산은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대형은행과 외국계 은행이 내려가서 부·울·경 기업 고객들을 싹쓸이해버린다면 지방은행은 망하게 놔둘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외국에서 정책금융기관과 대형은행, 외국계 은행이 그 본사를 수도나 경제중심지에 두지 않고 제2, 3 도시에 두고 있는 나라가 있냐”라고 지적하며 “나라의 경제, 국익을 생각하지 않은 공약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역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부산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공약은 국가 경제를 지키는 마지막 방패라 할 수 있는 산은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금융·경제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이 위기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이 위기를 앞두고 스스로 방패를 내려두는 행위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장은 “은행은 주주가 있고, 상장이 돼 있는 주인 있는 회사”라며 “대통령이 무슨 권리로 말을 들으면 특혜를 주고, 안 들으면 페널티 주고 하냐”라고 지적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위원장 또한 외국계 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것은 외국계 은행의 구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외국은행 대부분은 대중소비자가 아닌 중견기업, 대기업,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는 곳”이라며 “외국은행을 부산에 내려보내는 것은 금융산업에 대한 무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과 시중은행, 외국계 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내세우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월 15일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회를 설득해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 부ㆍ울ㆍ경 금융 공급의 허브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달 24일 부산지역 언론사로 구성한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에서도 “부산ㆍ울산ㆍ경남은 산업은행의 주요 거래 기업인 조선업이 있고, 부산이 국제금융 중심지로 발전하는 데 산업은행의 국제금융 기능이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이달 4일에도 부산 사상구 유세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고, ‘많은 은행 본점’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