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 주요 식량 수출 중단 발표
이미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사상 최고
터키와 이집트 등 주변국 경제 악화로 번질 위기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매년 이맘때면 우크라이나 중부 농장에선 밀과 보리, 옥수수 등을 심느라 바빴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파종을 중단했고 흑해 항구는 사실상 정지 상태에 놓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곳으로, 전쟁이 길어져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파종을 재개하지 못하면 글로벌 식량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을 기록해 전년 대비 20.7% 폭등했다. 이는 1996년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이기도 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50% 이상 폭등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레바논 밀 수입의 90%를 차지하며 소말리아와 시리아, 리비아 등 상대적으로 경제환경이 열악한 국가들의 주요 식량 공급국이다.
옥스퍼드대의 이안 골딘 교수는 “가난한 국가들은 음식과 난방에 더 많은 소득을 지출하는 편”이라며 “유럽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의 40% 이상을 중동과 아프리카로 보내고 있어 이들에게 추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 식량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고기와 호밀, 귀리, 메밀, 설탕, 기장, 소금 수출이 중단될 것”이라며 “밀과 옥수수, 가금류, 계란, 기름 수출은 당국의 허가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마트가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역시 세계 곡물 수출의 상당분을 차지하는 만큼 식량 위기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는 흑해 이웃 국가인 터키 밀 수입의 70% 이상을, 이집트 수입의 66% 이상을 차지하는 등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이다. 지난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140만 톤의 밀을 구매했는데, 이 중 70%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조달됐다. 시장은 러시아의 침공 후 서방 제재와 흑해 항구 폐쇄 등으로 러시아 수출도 제한돼 식량 가격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터키 곡물위원회 전 고문인 이스마일 케말로글루는 “전쟁은 식량 비용을 악화할 뿐”이라며 “내일 전쟁이 끝난다 해도 우크라이나 파종기는 이미 멈춰 올해 수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