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ㆍ주가ㆍ부동산 주요 지표 회복
인플레ㆍ금리 인상ㆍ우크라이나 전쟁 변수
뉴욕시 대표적인 젊은이의 거리 웨스트 빌리지에 있는 베트남식당 ‘사이공 색’. 요즘 이곳은 식사시간에 제때 가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으로 2년 가까이 한산하다가 손님들의 발길이 다시 잦아진 것은 지난달부터다. 오미크론이 한풀 꺾이고 뉴욕주 정부가 음식점과 유흥업소 방역지침을 완화하면서 크게 붐비기 시작했다.
인근에 있는 주점 ‘오프 더 웨곤’ 역시 평일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없다. 손님은 물론 바메이드조차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한다. 입구에서 백신카드를 체크하는 것 빼곤 지금이 팬데믹 상황이라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맨해튼 코리아타운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미드타운 상권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특히 저녁과 주말시간에는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새벽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아 팬데믹 이전의 서울 홍대 앞이나 강남사거리를 방불케 한다.
뉴욕 경제가 빠른 속도로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대형할인매장 코스트코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라졌던 시식 판촉행사가 다시 등장했고, 대표적인 교외 대중교통수단인 롱아일랜드 기차요금이 팬데믹 기간 중 특별할인가를 적용해 왔으나 3월부터 정상요금으로 환원됐다. 한산하던 출퇴근 길도 팬데믹 이전처럼 혼잡해졌다.
이렇듯 빠른 속도로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는 건 지난해 연말부터 창궐하던 오미크론이 급속도로 쇠퇴했기 때문이다. 신규 확진자 숫자가 1월 14일 하루 93만3000 명으로 정점으로 찍은 이후 3월 들어 5만~6만 명 선으로 크게 줄었다. 방역 선진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감염자 숫자가 하루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마스크 벗어 던지기였다. 미 질병통제국(CDC)은 지난달 병원이나 양로원 등 의료 및 집단거주시설, 대중교통수단, 브로드웨이 극장 등은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고도의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한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꼭 쓸 필요가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뉴욕주와 뉴저지, 커네티컷 등 이른바 ‘트라이 스테이트’는 즉각 3월부터 공립학교에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오미크론이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으니 하루라도 빨리 ‘위드 코로나’ 체제로 가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사실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앞서 마스크를 벗어 던진 건 일반 시민들이었다. 치명률이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제 회복세는 구석구석에서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전의 95% 수준에 도달했고, 주요 지표들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그 첫째가 실업률. 2020년 4월 14.8%로 최고조에 달했던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4% 선까지 낮아졌다. 3월 초 모기지 이자율은 팬데믹 초기 3.72%보다 높은 3.76%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호황이라는 방증이다. 주식투자자들도 지난 2년간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짭짤한 재미를 봤다. 그간 주가는 128%나 올랐다. 소비 수준은 95%, 여행객 숫자는 80~90%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3월 15~16일 열릴 예정인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는 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예고이고,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추가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초저금리시대 행진에는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이 통제 수위를 벗어날 우려가 높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폭등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6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풀겠다고 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고 있는 게 그런 불안을 반영하는 한 예다. 뉴욕시내 보통휘발유 가격은 이미 3월 초에 갤런당(3.78리터) 4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 경제가 “굿바이 팬데믹”을 선언하고 봄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아직 봄이 왔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우크라이나발 먹구름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얼마나 큰 파장을 드리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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