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의욕과 희망을 가지고 많은 업적을 남기고자 할 것은 당연하다. 경제정책도 예외는 아닐 것인데 안타깝게도 출범하면 맞게 되는 경제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끼리 흔히 하는 농담이 언제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기는 하다).
무엇보다도 국제경제 환경이 좋지 않다. 전 세계가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의 영향에서 간신히 벗어나오는 상황에서 뜻하지 아니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경제 질서는 다시 혼돈으로 빠지고 있다. 우선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거의 전 세계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러시아의 경제가 이미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무역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 경제의 침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에 자원을 수출하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난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이미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데 에너지 공급의 혼란 및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한번 부추기게 될 것이다. 반면 국제무역의 축소는 세계적 불황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억제에 노력하고 있는 각국은 정책 선택의 딜레마에 처할 것이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라 하겠다. 말하자면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억제책을 과감히 추진하기도 그렇게 하지 않기도 어렵게 될 수 있다.
국제경제 환경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많이 훼손되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정책 등 잘못된 것을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 반면, 재정 여력이 크게 줄어 경제에 어려움이 닥쳐오면 사용해야 할 무기가 하나 줄어든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순위는 이러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순환적 경제구조로 복귀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많은 전문가들이 거의 같은 목소리로 지적하고 또 제안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같은 의견임을 밝힌 바 있다. 그 방안들은 시장친화적인 부동산정책, 재정적자 축소를 통한 재정 여력 확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민하고 충분한 대처, 노동개혁, 규제완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정책 마련,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 등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많다. 그리고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난제들을 풀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짧은 지면을 통해 설명할 수는 없겠다.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공약을 통해 대강의 방향이 정해져 있으므로 당장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담당 공무원, 해당 전문가들이 모여 합당한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집권세력은 ‘널리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의 어젠다를 가지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정책에 국민들이 동의했다고 생각하고 우리 뜻대로 하면 된다고 하는 것은 착각이다. 우선 반대편에 투표한 국민도 있고 세부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아도 전반적인 방향에 찬성해서 뽑아준 국민들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열린 마음으로 여러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곧 어느 정도 확립된 이론이나 동의가 이루어진 정책 방향을 택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많이 듣는다는 것은 결국 대다수의 사람, 전문가들이 옳다고 하는 것을 채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라도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함부로 시험하듯이 정책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책의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널리 듣게 되면 정책 결정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임사이구(臨事而懼)라는 말이 있듯이 정책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잘 살피고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한번 정해진 정책은 과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바른 정책들을 잘 수립하고 추진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