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면서 저가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사실상 ‘0’달러를 적용하라고 통보하면서다. 연초부터 최근까지 개인은 러시아 ETF를 200억 원어치 이상을 매수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MSCI는 KINDEX 러시아 MSCI(합성)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자산신탁운용에 MSCI 지수 내 모든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달러를 적용하라고 통보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주식 시장을 열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MSCI는 현재 러시아에 대해 투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러시아 시장을 MSCI 신흥국 지수에서 제외했다. 현재 러시아 시장은 MSCI 독립국가로 분류됐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은 장외파생상품을 주된 투자 대상으로, MSCI Russia 25% Capped Index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 루코일 홀딩스와 국영 은행은 스베르방크가 주요 보유 종목이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가 0.00001달러가 적용되는 시점은 오는 9일 종가부터다. 적용 기간은 MSCI가 관련된 추가 공지를 하기 전까지다. 사실상 기한이 없는 셈이다. 한투신탁 측은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 “지수 산출 중단, 상관계수 요건 미충족, 장외파생상품 거래 상대방 위험 등 발생 시 상장폐지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이를 담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3일까지 해당 ETF를 28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금방 해소될 이슈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해당 ETF를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판단해 들어간 것이다. 연초 3만1000원대에 거래되던 KINDEX 러시아MSCI(합성)은 최근 들어 1만4000원대로 하락했다. 가격이 50% 이상 떨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남들과 반대로 해야 떼돈을 번다’며 해당 ETF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달 25일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F를 18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기관은 해당 ETF를 293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또 지난 1월 한투신탁은 KINDEX 러시아MSCI(합성)의 투자 위험 등급을 가장 높은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분류했다. 한투신탁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러시아의 정치 및 경제 상황 등에 따른 위험에 노출되는 러시아 국가 위험이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그나마 돈을 회수할 방법은 9일이 오기 전에 매도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ETF를 살 상대방이 많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해외상장 러시아 관련 주식의 가치가 최대 수준으로 하락,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는 반드시 이 점을 숙지해 매수 자제를 요청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