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20일까지 식당·카페 등 12종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기존 밤 10시에서 11시로 1시간 연장됐다. 사적모임 인원 6명 제한은 유지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9일부터 3주간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연장한 바 있다. 당시 방역조치 시한은 오는 13일까지였다. 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고려해 논의 끝에 정부는 ‘조기 완화’를 선택했다.
올해 들어 정부가 발표한 거리두기 조정안은 5번째다. 지난 1월 3일 시행된 ‘4인·9시’ 거리두기 조정안(영업시간 식당·카페 기준)을 시작으로 △1월 17일부터 2월 6일까지 ‘6인·9시’ △2월 20일까지 추가연장 △2월 19일부터 3월 13일까지 ‘6인·10시’ △3월 5일부터 3월 20일까지 ‘6인·11시’ 등의 순으로 변경됐다.
방역 세부 지침도 바뀌었다. QR코드·안심콜 등 전자출입명부와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행 방역패스를 없앴다. 2월 19일 전자출입명부가 폐지됐고, 지난 1일부터 방역패스 잠정 중단됐다.
정부의 방역 지침은 2월 중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선 이후로 급변했다. 관련 지침 기준 날짜까지 변경하면서 방역 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확산세에 비해 치명률이 높지 않고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 5만 명 이하인 시기에 방역을 더 강하게 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4일 중대본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 추진된 손실보상 확대, 거리두기 일부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자영업자·소상공인 분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이번 1시간 연장 조치가 오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매표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이들은 거리두기를 폐지하고 민간 자율형 방역체계를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의 방역지침 강화·연장에도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을 바탕으로 현 지침이 무의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동구에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그동안 2년간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오히려 정부는 방역패스와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을 압박했다”며 “확진자가 폭증하고 관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 닥치자 이제 와서 찔끔찔끔 1시간 연장하는 것은 매표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방역을 완화하는 것이 정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 어려움은 대선 투표 날이 다가올수록 고려되고 있다. 지난해 소상공인 경기가 역대 최저치를 찍어도 정부는 ‘방역 강화’를 외쳤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소상공인 체감 BSI(경기)는 지난해 12월 39.3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 1월에 67.3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2%p 감소했다. 올해 1월 소상공인 체감 BSI는 44.3이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침에 논평을 내고 “단순히 영업시간 한 시간 연장으로 영업제한이 지속돼 소상공인들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거리두기 방역 방침은 현재 상황에서 무의미해진 만큼, 즉각 철폐돼야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거리두기 조정안이 마지막 제한 조치이기를 바라며, 대선 이후 대통령 당선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헤아려 최우선 과제로 소상공인 영업제한 철폐와 함께 2차 추경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금 확대, 100% 온전한 손실보상 계획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