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합의해 단일후보로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투표를 마친 재외국민들이 안 후보에 던진 표는 모두 사표가 됐다. ‘모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안철수법‘을 제정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이미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재외투표소 투표가 완료된 상황이라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유권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동 사표 처리가 돼버린다”며 “재외투표는 쉽지 않다. 대사관과 거리가 먼 곳에 살면 버스나 기차는 기본이고 몇백만 원을 들여 비행기까지 타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이런 진심을 두 후보는 무참히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가 어떤 전략으로 단일화를 한 건지는 궁금하지 않다. 투표를 끝낸 이후 후보 사퇴로 인한 강제 무효표 처리는 그 표를 던진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라며 “이런 선례가 한 번 생기면 재외국민 선거 진행 이후 갑작스레 사퇴하는 경우가 왕왕 생길 텐데, 재외국민 투표자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재외국민 투표자들의 진정한 투표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후보 사퇴 기한을 재외국민 투표자 투표 이전으로 제한하는 ‘안철수법’을 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본투표일에 임박한 시점에 사퇴해 사표를 발생시키는 후보 단일화를 막으려는 입법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총선 후보 사퇴 시한을 후보자 등록 마감 이전으로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여야 반발에 막혔다.
직전 20대 국회에서도 선관위가 시도한 적이 있고, 또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안 후보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의 후보 단일화를 두고 내부이견을 보이면서 단일화 금지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당시 범여권 단일화를 견제하고자 ‘단일화 금지법’을 추진한 바 있다. 대선 후보 등록 이후 정당간 단일화 작업을 금지하고, 경선 당시 당원이었다 탈당해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단일화는 여야 모두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로 쓰이기에 금지하는 입법은 협의에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