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과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속보치보다 0.1%포인트(p) 높아졌지만, 연간 성장률(+4.0%)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작년 연평균 환율 기준 4024만7000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0(3만1881달러)보다 10.3%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2017년(3만1734달러) 처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뒤 2018년(3만3564달러)과 2019년(3만2115달러), 2020년(3만1755달러), 2021년(3만5168달러)까지 5년째 3만 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2018년 이후 3년 만에 반등하며 3만5000달러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전반적으로 낮은 물가(GDP 디플레이터)와 원화 절상의 영향으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4.3%)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과 원화 절상으로 1.1% 줄면서 2년 연속 뒷걸음친 바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건 명목 국민소득이 지난해 6.4% 성장한 가운데, 매매기준 일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44.4원으로 전년(1180.1원)보다 3.0% 하락한 영향도 컸다.
최정태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은 물량요인(실질GDP성장률)과 가격요인(GDP디플레이터), 환율요인(원ㆍ달러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 전환했다"며 "지난해 물량요인이 4.0% 성장하고, 가격요인은 2.3% 상승한 가운데 환율은 3.0% 하락해 원화 강세로 국민소득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2021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속보치 때와 같은 4.0%로 유지했다. 4% 성장은 2010년(+6.8%)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020년 마이너스 성장(-0.9%)을 했다가 반등한 효과가 있다.
실제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에도 -5.1% 역성장한 후 1999년 11.5%로 큰 폭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인 2009년에는 0.8% 성장한 후 다음연도인 2010년 6.8% 반등했다.
여기에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소비를 끌어올린 효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정부 소비는 전년보다 5.5% 늘어 민간 소비 증가율 3.6%를 크게 앞섰다.
물가 변동이 반영된 명목 GDP는 2057조4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6.4% 늘어났다. 다만 미달러화 기준으로는 환율 하락(연평균 –3.0%)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9.7% 증가한 1조7978억 달러를 기록했다.
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GDP디플레이터(명목GDP/실질GDP)는 지난해 2.3% 상승했다. 2015년(3.2%)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최정태 국민계정부장은 "작년 GDP 디플레이터는 교역 조건 악화에도 내수 디플레이터가 민간소비, 건설투자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상승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그는 "우리나라처럼 수출 비중이 크고, 수출입 중에서 반도체나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가격 변동성이 큰 나라에서는 수출 비중이 다른 나라와 달리 GDP 디플레이터를 통해서 국내 물가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 총소득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하반기만 놓고 보면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4분기 분기 기준 GNI 성장률은 -06%로 3분기(-0.7%)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GNI는 GDP(국내총생산) 중에 한국인(1년 이상 한국 거주자, 개인·법인 포함)이 외국에서 번 돈을 더하고 외국인이 한국에서 번 돈을 뺀 것으로 한국 국민이 특정 기간 벌어들인 돈을 뜻한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번 소득이 늘거나 한국 기업이 수출하는 물품의 가격이 수입품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지면 GNI가 늘어난다.
한은은 "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실질 국내총생산(1.2%)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 무역손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기대비 0.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994년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12년 만인 2006년 2만 달러를 넘었다. 다시 11년 후인 2017년에는 3만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3만5000달러를 넘으며 수년 내 4만 달러 달성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최 부장은 "코로나19 극복 이후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수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0년에 이어 지난해 1인당 GNI가 이탈리아를 앞지를 가능성에 대해서는 "4일 이탈리아의 지난해 1인당 GNI가 유로화 기준으로 발표되는데, 달러 환산 이탈리아 GNI는 5월이나 6월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발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2020년 우리나라 1인당 GNI는 3만1881달러로, 세계 36위를 기록했고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이탈리아를 앞질러 6위에 올랐다.
한편,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168달러를 기록한 데 대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공급망 차질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