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전술·병력·명분, 모두 패색...“러시아, 이미 졌다”

입력 2022-03-02 11:16 수정 2022-03-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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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러시아군 항복
마리우폴 점령 전술서도 허점
우크라와의 정보전서도 밀려
국제사회 똘똘 뭉쳐 러시아 고립
러시아 내부서도 반전 시위 번져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공격한 러시아군. 출처 우크라이나군 트위터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공격한 러시아군. 출처 우크라이나군 트위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국내외의 전방위 압박에 내몰렸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까지 진격한 러시아 병력 가운데 일부는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에 무기를 내려놨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지도부 직접 제재와 스위프트 퇴출로 철퇴를 가했고 러시아 항공기와 선박에 대해 자국 영공과 영해를 닫아버렸다. 전술, 병력, 명분 모든 측면에서 러시아가 이미 진 싸움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의 기갑부대가 키예프 인근 40km 지점에서 진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배경으로 식량, 연료 부족과 함께 러시아군의 사기저하를 지적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 일부가 식량, 연료 부족에 시달리고 사기가 저하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고 있다면서 일부 대대의 경우 전체가 싸우지 않고 무기를 내려놨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는 전투를 피하기 위해 자국 군용차량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의적으로 차량 가스 탱크에 구멍을 내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상당수가 훈련이 덜된 젊은 병사들로 전면전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전술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15만 명 이상 군인 중 80%가량을 전투에 투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면서 위험 회피 행동을 한 것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아조프해의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도심에서 약 40마일 떨어진 곳에 상륙했다. 분석가들은 이 작전이 러시아 병력에 침공할 수 있는 추가 시간과 공간을 허용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스팅어 대공 미사일 등을 동원한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대공 방어에 막혀 아직 공중 우위도 확보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정보전에서도 밀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을 침공한 첫 날 영상을 통해 “우리는 조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상전에서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던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인 정보전으로 국제사회, 심지어 러시아 내부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은 “2주 전만 해도 젤렌스키는 전시 상황에서 나라를 이끌기에 미숙해보였지만 이제 처칠같아 보인다”며 “우크라이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유럽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개념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초기 대응이 미국와 유럽의 가혹한 대러 제재와 대규모 재정 및 무기 지원을 이끌어냈다.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공, 우크라이나인의 결사 항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번지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움직였고 이게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신속히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됐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6%만이 분쟁지역에서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1일 CNN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83%가 강력한 대러 제재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대는 17%에 불과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로고가 미국과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로고가 미국과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서방사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제재한 데 이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시켰다. 미국은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하기로 했고 영국은 러시아 선박의 입항을 금지시켰다.

글로벌 기업들도 제재에 적극 동참했다. 영국의 메이저 석유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러시아 석유 대기업 로즈네프트의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고, 미 석유공룡 엑손모빌도 러시아 유전 개발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애플 페이 서비스도 중단시켰다. 나이키도 러시아에서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도 러시아 사업을 중단했다.

러시아 곳곳에서 전쟁 반대 시위도 번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 수만 6000명에 이른다. 러시아가 미디어를 통제했지만 소셜미디어 단속에는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워싱턴 대학의 러시아 및 유라시아 연구 부교수인 스콧 래드니츠는 “러시아가 침공 전 소셜 미디어 접근을 차단하지 않은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가 잇따르고 키예프 함락이 지연되자 민간 지역까지 무차별 폭격에 나섰다. 물러서기를 거부하는 푸틴의 정치 스타일을 고려하면 더 세게 반격에 나설 수도 있다. 핵 공격 카드에 손을 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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