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경영의 변곡점이라고 불리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각종 이슈로 주주들과 마찰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이번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LG유플러스는 오는 3월 1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이혁주 LG유플러스 현 CFO를 재선임하고, 홍범식 현 LG 경영전략부문장을 신규 선임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주주정책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배당성향을 기존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변경한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LG유플러스는 배당성향 상향과 더불어 자사주 매입, 중간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 밖에 SK텔레콤과 KT도 각각 3월 25일 31일 주주총회가 예정됐다. 국내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SK텔레콤은 오는 주총에서 관련 사업과 인공지능(AI)과의 기술 융합 및 활용을 통한 의료기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KT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또 박종욱 KT안전보건총괄·경영기획부문장(겸직) 사장을 사내이사로 주총에서 재선임한다.
금융권 역시 주총 시즌의 지배구조 다변화가 예상된다. 다음달 말 예정된 KB금융지주의 핵심 이슈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다. 앞서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최근 김영수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함영주 차기 회장 내정자의 임명 여부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현재 함 부회장은 채용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선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문제로 재판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무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이원덕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 임명 안을 상정한다. 또한 이 내정자를 지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표결에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올해 12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8명이 임기가 종료된다. 다만 사외이사 최대 임기(6년)을 채운 인물은 한 명도 없어 모두 연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호실적을 거둔 것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올해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시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둬 다시 한 번 국민연금이 반대할 지 주목된다.
물적분할 역시 큰 이슈다. 이미 LG화학, SK이노베이션, 포스코 등이 물적분할 이슈로 주주와 마찰을 겪은 가운데 LS일렉트릭은 2월 8일 친환경차 핵심 부품인 ‘EV릴레이’ 사업을 물적분할해 LS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을 신설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회사 측은 신설법인의 상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주주들은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 이슈다. 지난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주총 표 대결에서 패한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주주제안서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제안서에는 올해 3월 말 임기 만료 예정인 사외이사 2명의 후임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안건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식 8.53%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한진은 지난 1월 총수 일가 3세인 조현민 한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조 사장은 2018년 4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과 물컵을 던진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바 있지만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다.
KCGI는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정관변경,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했다. KCGI는 기업가치 및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등 이사의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3월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임했던 최인혁 대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재무기획실장에서부터 CFO까지 경험한 박 대표 내정자가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지난해 대비 15% 이상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원 보상을 늘리면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 주주들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