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산업 망쳐 놓고 이제야 “원전이 주력”이라니

입력 2022-0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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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건설이 지연되어온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조속한 정상가동을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다. 지난 5년 밀어붙여온 탈(脫)원전 정책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임기말에 와서야 후퇴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사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곧 용도폐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탈원전 대신 ‘감(減)원전’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탈원전 폐기’를 공약했다. 청와대는 “임기중 탈원전에 나선 적 없고 정책전환이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구차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17년 6월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었다.

이후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논란을 빚으면서 멀쩡하게 돌아가던 월성 1호기 폐쇄를 강행했다. 건설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취소하는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원전 수명연장도 중단시켰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도 원래 2017년부터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안전문제를 제기해 발목을 잡아 오다 이제 와서 조기가동을 강조한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의 오류와 심각한 문제점이 수없이 지적돼 왔음에도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지난 50년 쌓아온 세계 최고수준의 한국 원전산업 생태계가 망가지고 기술과 인력 기반은 쑥대밭이 됐다.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국전력은 탈원전의 여파로 작년 6조 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올해 10조 원 규모의 최대 손실을 볼 전망이다.

원전이 가장 경제적이고, 글로벌 이슈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선의 녹색에너지임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전력 1㎾h 생산 때 원전의 탄소배출은 12g에 불과한데, 석탄 820g, 액화천연가스(LNG) 490g, 태양광 27∼48g이다. 태양광은 원전보다 169배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전력생산 단가도 태양광이나 풍력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중국과 러시아는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유럽도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인 EU택소노미에 포함했다. 미국 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 대안으로 삼고 있다. 한국만 거꾸로 탈원전이 탄소중립이라며 원전을 K택소노미에서도 제외하는 등 역주행으로 일관했다.

과학이 입증한 진실을 외면하고 잘못된 고집으로 밀어붙인 탈원전의 지난 5년 막대한 국가경제적 손실만 키우고 에너지 안보의 심각한 위협을 가져왔다. 그릇된 탈원전의 과오에 대한 분명한 반성과 함께 황폐화된 원전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국가 에너지정책의 가장 화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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