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Humble(겸손한)’을 사용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지난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을 때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책무를 지고 있는 연준은 지금의 물가 상승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적이라는 의미는 결국 지금은 강한 인플레이션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사라지는 일종의 신기루 같은 것이니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준은 물가 안정뿐 아니라 완전 고용이라는 양대 책무를 갖고 있는데,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완전 고용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에서 물가가 올라오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고용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경기를 더욱 강하게 자극해야 하는 바, 돈을 더 풀어주는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가야 하고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시중의 돈을 빨아들이는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완화적이면서도 긴축적인 통화 정책이란 그 자체로 모순이기에 사용할 수 없다면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한 만큼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갔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일시적 물가 상승’이라던 연준의 호언장담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고 뒤늦게나마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나서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해 연준은 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접근했기에 큰 실수를 범했던 것인데, 그 이후에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당연히 미래 전망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책을 집행하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때그때 맞추어서 대응하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기에 겸손하게 미래를 바라본다는 단어를 쓰게 된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 혹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에 찬 확신보다는 향후 경제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면서 대응하겠다는 다소 소심한(?) 스탠스를 밝히게 된 것이다.
그럼 ‘Nimble(민첩한)’이라는 단어는 왜 쓰게 된 것일까? 먼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접근하지는 않지만 만약 계속되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치솟을 것이라든지, 혹은 인플레이션이 이제 한풀 꺾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게 된다면 그때는 신속하게 그 방향으로 통화 정책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월가의 많은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세가 하반기에는 피크아웃을 한 이후 완만하게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런 예상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 즈음에 나오는 데이터를 보았을 때 실제 인플레이션이 전혀 꺾일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통화 긴축 스탠스를 가져가는 전략이 대표적인 ‘Nimble’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연준의 대처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 물가 상승이라는 확신에서 물러난 이후 연준은 연내 조기 테이퍼링을 선언했고, 올해 6월에나 종료될 것이라는 테이퍼링을 3월에 종료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2022년 연내 1~2회 금리 인상을 예상했었으나 계속해서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한 이후 지금은 연내 6~7회의 금리 인상 얘기까지 회자되고 있다. 연준과 같은 공신력이 핵심인 기관에서 불과 2~3개월 사이에 통화 정책 전망이 이렇게 빠르게 바뀔 수 있냐는 반문이 가능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Humble & Nimble’이라는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준의 스탠스를 감안할 때,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어떻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이에 맞추어 특정 자산에 집중하는 투자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점차 가능성이 높은 자산의 비중을 높여 가는 동적인(dynamic) 분산 투자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