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재명 싫지만 윤석열도 지켜봐야"…'대통령 판독기' 충남 표심은

▲22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대선이 1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서해안 민심을 잡기 위해 충청남도 유세를 떠났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기도 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기도 했다. 일부 진보 대학생 단체들은 윤 후보의 안보관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충청도민의 선택은 대선 후보를 판가름하는 잣대로 불린다. 윤 후보가 충청도를 계속해서 방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87년 이후 대선에서 충청도민의 표심을 얻지 못한 후보가 당선된 적은 없다. 충청도민 중 유권자는 3% 정도에 그치지만, 충청도에서 패배한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TK·PK보다 적게 몰려든 지지자들…"일단은 지켜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충남 당진에서 유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준상 기자 jooooon@)

이날 윤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100여 명에서 많게는 500여 명이 모였다. 대구·경북 지역보단 적었다. 환호 소리나 박수 소리도 적었다. 민심의 잣대인 만큼 마지막까지 후보를 지켜보고 결정하려는 듯, 일방적인 지지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 유세 현장에서 만난 이 모(58) 씨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확신을 보이진 못했다. 그는 "당이 국민의힘이어서 지금은 지지하지만, 조금 더 봐야 한다. 정권 바꿔야 하니 지켜본다"고만 했다.

이 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한테는 마음이 안 간다며 남은 대선 기간 윤 후보를 계속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씨가 이번 대선에서 원하는 후보는 정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충남 보령 문화의 전당 유세에서 만난 40대 여성도 "윤 후보를 지지하지만, 끝까지 봐야 한다.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남편도 "충청 표심은 끝까지 모른다"며 "이재명은 아니지만, 윤석열을 안 찍을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文 정부에 지친 충남 민심…"윤석열은 국민이 불러서 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충남 서산시 읍내동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하며 화동과 포옹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문재인 정부에 지친 민심을 달래주길 바라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윤 후보가 가진 공정함과 상식이 차기 정부에서 발현되길 희망하는 마음이다. 이들은 윤 후보가 문 정부의 핍박을 받았다며 깨끗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충남 보령 유세에서 만난 이덕구(64) 씨는 "유력 후보들, 특히 이재명은 본인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 지금 해석해도 끝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윤 후보는 검찰총장을 하고 이 정권에서 나온 사람이고 이 정권과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마음으로 국민이 불러서 왔다"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저쪽에서 하도 프레임을 씌우는 걸 볼 적엔 상식이 아니다 싶어서 윤 후보를 지지하러 왔다"고 부연했다.

지지자들은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마음을 윤 후보가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윤 후보가 가진 공정함이라는 이미지를 살려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길 희망했다.

이 씨는 "위선이 아닌 정직하고 국민이 알아주길 바라는 걸 잘 다듬어서 원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며 "반대편에서 요구하는 것도 끌어안고 같이 나갈 수 있는, 우리 편보다 상대편을 더 배려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홍성 내포신도시 유세에서 만난 황기호(79) 씨도 "문재인 정부는 여야 할 것 없이 혼자 잘 사려고 하니깐 결과가 잘못된 거 아닌가"라며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정의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렬한 지지자들도…"윤석열은 깨끗한 충청도 사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 앞에서 유세하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윤 후보야말로 정권교체의 적임자며 충청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령 유세에서 만난 박필종(83) 씨는 "윤석열은 깨끗하고, 충청도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윤 후보가 서울 출신임에도, 부친과 친족이 충청도에 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막 누르고 억압해도 이리 가고 저리 가지 않고 하는 것이 좋다." 박 씨가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다.

같은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윤 후보를 바라보던 22세 청년 세 명도 윤 후보를 향한 지지를 드러냈다. 한 청년은 "국민의힘 당원"이라며 "정권교체가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다른 청년은 "자유민주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윤 후보를 향한 지지를 드러냈다.

윤 후보가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참배한다는 사실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50대 초반의 주부 김 모 씨는 "윤 후보는 개인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나"라며 "나머지 사람들, 이재명은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다. 왜 (윤 후보한테) 마누라 가지고 뭐라 하는지 마음에 안 든다"고 성토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너무 멋있다. 도덕적으로도 멋있다"고 했다.

유세 현장 중 반대 목소리도…충청 표심은 여전히 미지수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홍성 내포신도시 유세 전 대학생 진보 단체들과 윤 후보 지지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박준상 기자 jooooon@)

열렬한 지지자들과 유세를 구경하러 온 도민들 사이에 본인들을 대전충남지역대학생연합회라고 주장한 대학생 3명이 '선제타격 웬 말입니까'라는 푯말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윤 후보의 유세에 앞서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전쟁 난다', '검찰 공화국은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외치며 푯말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비속어를 남발하며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홍성 내포신도시 유세 때는 대학생들과 지지자들이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여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보령 유세 때도 이들은 '검찰탄압 공안제국 꿈꾸십니까'라는 푯말을 들고 재차 현장에 나타났다. 유세에 나선 당협위원장과 의원 등이 대학생 단체의 반대 목소리에 비속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제안했음에도 지지자들은 대학생들에게 손가락질과 욕설을 퍼부었다.

CJ 택배노조들도 현장에 방문해 윤 후보에게 메시지를 건넸다. 이들은 보령 유세 때 바닥에 드러누워 택배노조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파기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일부 인원들은 손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충청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8일부터 이틀간 전국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도 충청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1.1%, 윤 후보는 43.2%를 얻으며 박빙을 보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