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 발차기, 송판격파...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각 후보들의 이색 퍼포먼스와 선거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시작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끊었다. 지난 15일 부산 유세를 소화하던 윤 후보는 연설이 끝난 후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어퍼컷은 이날 이후에도 18일 대구·김천 유세와 19일 창원 유세 등에서도 연거푸 선보이며 윤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윤 후보는 이전부터 퍼포먼스에 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21일 대전 선거대책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시구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윤 후보의 퍼포먼스가 큰 주목을 받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퍼포먼스 대열에 합류했다.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가 화제가 된 이후 19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코로나19를 차 불겠다(버리겠다)”며 유세 무대에서 공을 발로 차는 듯한 동작을 보였다. 당은 이 후보의 발차기를 ‘부스터 슛’이라 명명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20일에는 태권도복을 입고 격파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수원 만석공원에서 유세를 펼친 이 후보는 ‘이재명 공약 9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도복을 입고 ‘코로나 위기’라고 적힌 송판을 격파했다.
이 후보의 퍼포먼스들이 윤 후보의 ‘어퍼컷’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 어퍼컷을 날리는 윤 후보와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본래 이색적인 선거 유세는 주요 후보가 아닌 군소 후보들이 이목을 끌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8월 행주산성 대첩문 앞에서 백마를 타고 장군 옷을 입고 등장한 뒤 빨간색 앞치마를 입은 채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허 후보는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도 각종 행적으로 유명세를 끌었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등을 통해 ‘금괴 루머’ 등을 다뤘다. 부산 유세에서 롯데 자이언츠 응원 상징인 주황색 봉지를 머리에 쓰고 응원가를 열창하기도 했다.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TV토론에서 이순신의 명언을 인용했던 것에서 착안해 장군복을 입고 칼을 뽑아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자전거로 선거 유세에 나서 시선을 끌었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후보는 세그웨이 유세를 펼쳤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선거 포스터 패러디·합성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누리꾼 민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듯 지난 대선에서도 차별화를 두기 위한 유세 전략들이 이어졌으나 여야 주요 후보가 ‘파격 퍼포먼스’로 대결 구도를 이룬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두고 “너무 무례하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 후보가 ‘부스터 슛’ 퍼포먼스를 펼치자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 후보가) 윤 후보를 따라 하기 바쁘고, 허경영 후보까지 따라 하더라”며 “아무리 조급해도 품격을 지켜달라”고 꼬집었다.
또한, 파격적인 행동들이 이어지면서 대선 정국이 예능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다. 대선 정책이 아닌 퍼포먼스가 주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퍼포먼스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부스터 슛은 현장 시민들의 호응에 부응한 것”이며 “송판 격파는 유세에 참여한 체육인과 함께 콘셉트에 맞춰 한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어퍼컷’ 세리머니에 관해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돌려드리겠다는 의지를 담아 히딩크 감독의 어퍼컷 세리머니로 표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