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정비사업 속도낼 듯
"용적률 상향, 특혜 논란" 우려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두고 대선 여야 후보 간 공약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은 같다.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풀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그와 동시에 세입자 이주 문제, 그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 등도 제기된다. 여야 후보 모두 재건축 세입자에게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권을 부여해 주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현 가능성과 함께 형평성 문제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1990년대 초부터 차례로 입주한 분당·일산평촌·부천·군포·산본·안양 등 1기 신도시는 2026년 모두 30년 이상 노후 주택이 된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모두 1기 신도시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안정화하기 시작한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 사업이 일시에 진행되면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들이 대거 이주해야 하고,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변 집값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여야 두 후보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주택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권 부여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실행 가능성과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을 앞당기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공약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미 일부 단지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어 특별법을 통해 재건축을 추진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문제는 이주 대란이다. 세입자들이 대거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 입주권을 준다고 하는데 현재 임대주택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국내 총 주택 수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8%에 불과하다.
또 재건축 세입자에게만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권을 부여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에 살았다고 해서 청약권이나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세입자의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면 저소득층에 한해 지원을 하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에 대한 주거 이전비는 법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데 신도시라도 해서 인정해준다면 다른 형태의 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