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동학개미를 서학개미로 만드는 시장

입력 2022-0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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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인슈포럼대표, 前 국회입법조사관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예측한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 시장예측치 평균은 하단 2822포인트에서 상단 3307포인트였다. 지수를 예측한 14개 증권사 중 현시점의 지수와 유사한 증권사는 대신증권(2610~3000)이 유일하다. 아직 상반기가 4개월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예단할 수는 없으나,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만을 보면 증권사들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주가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신의 영역이겠지만, 비슷하게라도 전망하여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증권사의 책무라고 볼 때 국내 증권사는 그 책무를 저버렸다. 보험에 대한 전문가집단이 보험회사이고 주식에 대한 전문가집단이 증권사이듯이, 증권사는 적어도 일반 투자자들과 다르게 그들의 본업에 있어서만큼은 전문성을 발휘해 줄 것을 투자자들이 기대하겠는데, 그 기대에 대한 희망을 접는 것이 나을 듯하다.

최근 대선 토론의 이슈 중 하나가 국민연금 개편과 함께 연금보험료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에 비하여 국민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국민연금의 재정이 메말라 가고 있으니 연금보험료를 올려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국민연금의 적은 연금보험금을 포함하여 자신의 노후에 대비하여 주식, 부동산 등 각종 돈벌이 수단을 동원하지만 그래도 소액으로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주식투자인데, 최근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정성을 잃어버린 모습들이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개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미국 등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로 변신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는 스포츠정신과 그 기준이 망가졌을 때 억울한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스포츠 경기에서 뿐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는 일반원칙일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동학개미의 믿음이 계속해서 사라질 때 이들은 신뢰가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서학개미로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증권업계는 냉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초라한 국민연금마저 내 노후를 지켜주지 못하는 세상이 된 이상 동학개미들이 국내시장을 버리고 해외시장을 노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정부와 증권업계는 국내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해외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과 수수료만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이는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외국인 등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여 얻는 수익은 투자수익뿐만 아니라 배당 등 많은 투자수익을 연간 수십조 이상 국내에서 해외로 가져가는 국부 유출 현상, 즉 국내 자본의 해외 이탈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국내 개미투자자들은 투자수익이 적어지면 주식시장을 떠나게 되고, 이로 인해 유동성이 줄어들면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주식투자에 실패한 국민은 더더욱 가난해지고 이를 국가가 세금으로 커버하기에는 어려움이 커질 것이니 국민 전체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정부(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내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2년을 넘어가고 6월 있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워치리스트 편입에 대비하려면 상반기 내에 공매도를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많은 개미투자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21일까지 코스피 시장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69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3602억 원보다 57.98% 증가했다. 특히 기관의 공매도가 급증했는데, 1월 들어 하루 평균 공매도 규모가 1635억 원에 달해 작년 12월 평균인 855억 원보다 91.2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역시 3947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2681억 원 대비 47.22%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는 108억 원에 그치며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의 1.2% 규모에 불과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의 상환기한도 없고 담보비율도 낮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수많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증권업계는 귀담아듣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하여 시작된 개인 공매도는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는데, 이것이 공정한 투자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가?

주식투자에 실패한 개미는 순식간에 인생 하층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며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의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주식 투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교육과 지식도 없이 주식시장에 방치되면 외국인과 기관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인해 얄팍해진 월급에 국민연금이 보장해주지 않는 자신의 노후 준비를 위해 시작한 국민의 주식 투자를 계속 살리려면 일부 경영진의 스톡옵션 주식 매각, 시장 악화를 초래하는 쪼개기 상장, 기관·외국인에게만 유리하게 조성된 공매도 제도 등 주식시장의 불신을 초래하는 각종 악재 및 공정하지 못한 투자환경을 해소해야 한다. 이것만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정부와 증권업계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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