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층 규제’ 깨지나…정비사업 속도 기대부터 집값 상승 우려까지

입력 2022-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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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연합뉴스)

‘한강변 35층 규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35층 규제 폐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정비 사업을 속도감 있게 이끌 것으로 예측되지만 한편으론 주택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상반기 발표할 예정인 ‘2040 서울플랜’에 35층 높이 규제를 삭제할 예정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층수 규제도 (서울 도시기본계획에) 한꺼번에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35층 높이 제한은 순수 주거용 건물의 경우 35층을 넘지 못하게 짓는 서울시의 높이 관리 규정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최상위 법정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이 같은 제한을 뒀다. 그런 탓에 주거지역에서 35층이 넘는 건물을 지으려면 주상복합건물로 짓는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의 1기 시정(2006~2011년)에선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으로 한강변 개발을 활성화하는 정책 아래 대지 기부채납 등을 조건으로 한강변 상업지역은 층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거지역은 50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56층)’와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47층)’는 이렇게 지어진 아파트다.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되면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이촌동 등 한강변 고가 재건축 단지 아파트가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실제로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될 것이란 기대감에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에서는 68층,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조합은 49층 설계안이 나왔다.

최근 서울시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한강변에 최고 50층 건물 건설을 허가했다. 최고 50층까지 짓도록 설계된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이 16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단 해당 단지는 현재 35층 높이 제한에 따라 순수 주거용이 아닌 주상복합건물로 지어진다. 잠실역 역세권에 걸친 용지의 용도지역을 상향(제3종일반주거→준주거)해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 만큼 시장에서는 한강변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도 사업지 일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등 다양한 설계안을 통해 초고층 아파트로 지어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되면 서울 내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주택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집값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 여파로 아직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번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이 통과되자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는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진 않는 분위기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문의 전화는 많이 오는데 실제 계약이 이뤄지는 분위기는 아니”라며 “과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을 때는 몇억씩 올라 거래됐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층수 규제가 완화하고 재건축·재개발이 빨라지면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지만, 단기적 고통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며 “입주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상황을 줄이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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