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도 쩔쩔 매던 명동 사채시장 ‘큰 손’ 집안도 피하지 못한 직원 횡령

입력 2022-02-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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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잇따른 직원 횡령… ‘내부 통제 시스템’이 문제

▲계양전기CI
▲계양전기CI

계양전기에서 ‘직원’의 245억 원 규모 횡령 혐의가 불거졌다. 계양전기는 해성그룹 계열사로 명동 사채업자로 유명했던 고(故) 단사천 회장의 아들인 단사완 회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고 단 회장은 고(故) 정주영 회장은 그의 전화를 받을때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전설적인 명동 ‘큰 손’이다.

정 회장 뿐 아니라 다른 재벌 회장들도 은행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찾아가던, 우리나라 명동 사채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유명했다. 아들 단사완 회장은 현재 강남 빌딩 3대 큰 손 해성산업과 계양전기 등을 경영하고 있다.

사채업자 아버지에 이어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가운데 3대 큰 손인 단 회장 마저도 임원도 아닌 직원의 횡령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일 단사완씨가 실질적인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계양전기는 재무팀 직원 김 모씨에 대해 횡령 혐의를 확인,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금액은 245억 원으로, 2020년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총계 대비 12.7%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계양전기 횡령 사건은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제출을 미루던 재무팀 직원이 결국 자신의 범죄 행각을 자백하면서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450억 원 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지 약 한 달만이다. 지난 1년간 횡령 혐의가 발생한 상장사 사례를 살펴보면 직원이 횡령 혐의자가 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횡령ㆍ배임 혐의발생을 공시한 기업은 37개이란 점을 고려하면 약 8% 수준이다. 다만 이중 그룹사의 경우 자회사의 주요사항 기재 의무 때문에 한 사건에 중복 공시되는 경우(아시아나 그룹, 롯데하이마트 등)를 제외하면 31개다.

혐의 발생이란 횡령이나 배임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경찰 혹은 검찰에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중 일부는 사정기관 조사 결과 ‘혐의없음’ 처분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검찰의 기소로 재판을 받게 된다.

특히 상장사의 횡령 혐의 발생은 주요 피해자인 회사가 직접 고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죄 판결율이 무척 높은 편이다.

이중 혐의자 직급을 살펴보면 직원인 경우는 계양전기, 오스템임플란트, 씨앗(코넥스) 3개에 불과했다. 사건 발생 순으로는 씨앗이 지난해 12월 17일 자사의 전 경영지원팀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어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달 3일 재무팀 팀장을 고소했고, 전날 계양전기가 재무팀 직원의 횡령 행각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이외 28개 사 관련 횡령ㆍ배임 혐의는 모두 전현직 임원이다. 전현직 대표가 혐의를 받은 경우가 20개 사로 가장 많았고, 대표와 임원이 함께 고소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경우 다수의 현장 실무자가 복수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두고 있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하다면 실무자가 횡령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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