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이번 달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가 급감했다. 이달 들어 국고채 시장에서 외국인이 발을 빼는 현상은 최근 불거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증액 이슈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심화한 탓으로 해석된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공시에 따르면 이달 1~11일까지 외국인은 국고채를 5718억 원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1조6663억 원) 대비 65.68%(1조945억 원) 적은 금액이다.
이 밖에 최근 4개월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를 보면 △지난해 10월 +2조9985억 원 △11월 +3조5581억 원 △12월 +4조3825억 원 △올해 1월 +4조2253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달 28일까지 단 11거래일만 남은 걸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되길 기대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채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일 국고채 금리는 △2년물 2.151% △3년물 2.343% △5년물 2.564% △10년물 2.747% △20년물 2.723%로 마감했다.
국고채 금리는 일주일 전인 4일과 비교했을 때 △2년물(+0.156%포인트) △3년물(+0.149%포인트) △5년물(+0.146%포인트) △10년물(+0.128%포인트) △20년물(+0.084%포인트) 등 대부분이 10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이는 최근 추경 증액 이슈와 함께 연준의 테이퍼링 조기 종료 시사와 기준금리 인상이 전망되는 등 매크로 변수 역시 반영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약 14조 원의 추경 재원 중 11조3000억 원을 적자국채로 발행한 데 이어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추경 증액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국채란 정부가 수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 발행 물량이 늘면 그만큼 국채값은 떨어지는 동시에 금리는 상승한다.
학계에선 추경 증액 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과 이에 따른 국고채 약세 및 밸류 하락이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전체 국고채 총 잔액의 약 40%를 보유 중”이라며 “은행권 총자산 중 국고채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국채에 투자한 비중이 높아,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나타난 국채 가치 하락의 피해를 크게 받는다는 의미”라며 “이는 금융 시스템을 흔들어 금융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환경 역시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자금유입 측면에서 중국과 여타 신흥국간 유출입의 격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신흥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확대하면서 통화 변동성 및 채권가격 하락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