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에 가고 싶다]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시발점, 부산역

입력 2022-0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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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부산 출발 철도여행 홍보 포스터.
▲일제시대 부산 출발 철도여행 홍보 포스터.
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설렘의 공간이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1954년 가수 남인수가 불렀던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한국전쟁 시절 부산 피난살이 끝에 부산을 떠나가는 노래로 오늘날까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부산역은 1905년 1월 1일 경부선 개통과 함께 초량역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개시하였다. 1908년 임시정거장을 마련하면서 부산역으로 역명을 변경하였고, 첫 역사는 1910년 10월에 준공되었다. 당시 역사는 비잔틴풍이 가미된 르네상스 양식의 웅장한 건물로 약한 지반 때문에 땅속 깊이 말뚝을 박아 세워졌다. 1953년 대화재로 역사가 전소되어 중앙동에 임시가설 역사를 지어 사용하다가 1969년 초량동에 새 역사를 세웠다. 현재의 역사는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맞추어 2003년 9월 다시 증개축 된 것이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 수십만의 피란민을 끌어안으며 그 아픔과 상처까지 품어낸 도시이다. 하지만 동시에 부산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도시였다.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장에 가장 먼저 들어선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손기정, 남승룡 두 조선인 청년이 베를린으로 향했던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지 부산역. 그들은 부산역에서 경부선을 타고 경성(서울)을 지나 중국 단둥(안동)역을 거쳐 하얼빈을 통해 국경을 넘어 러시아(당시 소련)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실었다. 손기정은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에서 “우리가 탄 열차는 여객용 기차가 아니라 군 장비 수송용 화물 열차 같은 것이었다. 열차는 때 없이 멈춰 섰다가 예고도 없이 제멋대로 달렸다. 어떤 날은 종일 보리밭 사이를 달리다가, 또 어떤 날은 호수를 끼고 한없이 달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손기정이 한없이 호수를 끼고 달렸다는 곳은 이르쿠츠크 지역의 바이칼호 순환노선이었을 것이고, 부산을 출발해 2주 만에 비로소 베를린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 어느 부산 사람은 얘기한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가 아니라 100등의 도시이다. 1등부터 99등까지 모두 서울이 하고, 그다음 100등이 부산이다”라고. 서울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1960년대 이후 이 나라의 왜곡된 발전상을 지적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한반도 남쪽, 인구나 면적, 상권, 도시의 세력이나 모든 것으로 부산은 제2의 도시이다. 한반도를 넘어 대륙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시발점, 그곳이 바로 부산이다.자료=국가철도공단 ‘한국의 철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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