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매수세가 꽁꽁 얼어붙어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외국인 건축물 거래 건수는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외국인 집주인 수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일 때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고 세금 중과도 피해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사들인 전국 건축물 거래 건수는 총 132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를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은 총 2만1033건의 건축물을 사들여 전년(2만1048건)에 이어 2년 연속 2만 건 넘게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은 단독 또는 다세대 등 빌라와 아파트, 오피스텔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외국인 건축물 거래 건수가 전년도 수준을 유지한 것과 달리 내국인이 사들인 건축물 수는 지난해 211만4309건으로 전년(243만8446건) 대비 15.3%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 거래 건수가 높게 유지된 만큼 외국인 집주인 수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신고된 전국 외국인 임대인(확정일자 기준) 수는 총 4577명으로 집계돼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외국인 임대인 수는 2014년 508명, 2015년 683명, 2016년 888명, 2017년 864명으로 1000명 아래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8년 1118명, 2019년 1415명, 2020년 1750명 등으로 1000명대로 높아졌다. 이후 지난해에는 4573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외국인 임대인 수 증가율은 1년 새 무려 161%나 증가한 셈이다.
반면 내국인 집주인 수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내국인 임대인 수는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절벽이 이어지며 217만2369명으로 집계돼 전년(214만2222명) 대비 1.4%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인과 내국인의 건축물 거래 건수, 임대인 수 증가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국내 금융당국의 대출 정책에 영향을 받지만, 외국인은 자국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출을 더욱 옥죈 만큼 외국인과 내국인의 부동산 거래 상황은 더욱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서는 양도세나 취득세 등 부동산 매입 시 내야 하는 세금을 가구별로 합산해 적용하는데 외국인은 세대원 파악이 어려워서 본인 이외 가족 명의로 주택을 구매하면 다주택자로 산정되지 않아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이 증가해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진 상황을 지적하고 나섰다. 대선 공약으로 ‘외국인 투기세’ 도입까지 등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외국인 투기세’를 신설해 국민이 역차별받는 상황을 해소하겠다고 주장한다. 안 후보의 외국인 투기세는 외국이 주택을 매입한 후 실거주하지 않으면 취득금액의 15%를 투기세로 부과하고, 재산세에 4%포인트를 중과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투기세가 신설돼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가 규제된다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외국인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취득할 때 부동산 투기 세력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실수요자인지를 판단해 취득세를 높이거나 허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내국인과 차별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외국인 투기세’는 외국인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인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