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출 신흥국 충격 이미 가시화
유럽 자동차산업·아시아 관광업도 수요 감소 여파
공급망 부담 덜어 인플레 상황에는 이로울 듯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역풍을 맞고 있다. 정부의 시장 단속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데다가 전력난까지 겹쳐 생산 활동이 타격을 입었다.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전략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비도 약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8%로 전망했다. 2014~2019년 8%에 달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나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5.1~5.7%)보다도 낮다.
중국 경기둔화 충격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영국 경제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중국 성장률 하락의 최대 타격 중 하나로 원자재 시장을 꼽았다. 중국의 수요 감소로 대중국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주와 브라질의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50% 이상 폭락했다.
유럽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작년 4분기 신차 판매가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독일 전체 경제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7% 마이너스 성장했는데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의 성장 부진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국가총생산(GDP)에서 관광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도 비상이다. 중국관광아카데미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2500만 명에 불과했다. 2019년 대비 무려 83% 감소한 수치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관광산업 위축 여파로 태국 경제성장률이 1%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중국 경기둔화가 전 세계 물가 급등세를 억누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요국이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으로 비상에 걸린 가운데 글로벌 큰손인 중국 경제까지 과열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가 더 고공 행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아시아 경제 공동 책임자는 “중국 경제둔화가 전 세계 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경제의 부진을 메우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미국은 막대한 유동성과 견고한 소비지출에 힘입어 작년 GDP가 전년 대비 5.7% 늘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당시 7.2% 이후 최대 폭이다. IMF는 중국발(發) 경기침체 우려에도 미국 경제가 버텨주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중국의 봉쇄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달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면서 중국발 공급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봉쇄에 따른 현지 공장 공급 차질로 중국의 수출 가격이 10% 오르면 세계 GDP 성장률은 0.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