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호랑이는 가죽을, 기업은 특허를 남긴다

입력 2022-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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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건강한 호랑이는 죽어도 좋은 가죽을 남기고, 기술력 있는 기업은 파산해도 돈 되는 특허를 남긴다. 2009년 캐나다의 통신장비회사 노텔이 파산했을 때 남은 실물 재산으로는 부채를 청산할 수도 없었지만, 노텔에는 6000여 개의 특허가 있었다. 시장에 나온 노텔의 특허를 구글이 9억 달러에 구매하려고 했지만 45억 달러를 제시한 애플, MS, 블랙베리(RIM), 소니, 에릭슨 그리고 스토리지 기업 EMC 등이 뭉친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2011년 7월 당시 환율로 4조8000억 원이니 특허 1개당 8억 원이 지급되었다.

노텔 특허 구매에 실패한 구글은 두 달 뒤인 2011년 9월에 모토롤라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 13조3000억 원에 특허 1만7000개와 전체 사업장을 사들였으나 2년 뒤 특허만 남기고 전화기 사업은 29억 달러에 중국 레노버로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특허 값으로 대략 10조2000억 원을 지불한 셈이 되어 구글이 지불한 특허 하나의 가격을 6억 원이라 하는 주장도 있다.

노텔 특허를 인수한 컨소시엄 참여기업 중에도 무너진 곳이 있다. EMC는 2015년 컴퓨터 회사 델이 70조 원에 인수했으며, 노텔과 함께 캐나다의 양대 통신 업체였던 블랙베리도 2016년부터 휴대전화 직접 생산을 중단했다. 보안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블랙베리는 결국 2022년 1월 31일 휴대폰 관련 특허를 매각했다. ‘캐터펄트 IP이노베이션스’라는 특허관리 전문기업에 휴대폰 관련 특허 3만5000여 건을 7234억 원에 판매했으니 특허 하나당 가격은 대략 2000만 원으로 계산된다.

블랙베리의 특허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특허 라이선스에 따른 로열티를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랙베리는 사업 중단 후 특허 실시료를 매년 약 2735억 원씩 받아왔고 특허를 인수하면 이 권리도 함께 넘겨받게 된다. 특허관리 전문기업은 여기에 더해 새로운 기업을 향해 로열티를 청구할 협상과 소송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전에는 기업이 어려워지면 땅이나 건물을 팔았지만, 이제는 특허를 판다. 공장 지을 땅을 제공해 주는 곳은 많아서 부동산은 제값을 받기 어렵지만, 특허는 그렇지 않아서 심지어 기업이 파산을 해도 특허는 제 몫을 한다. 기술을 개발했으면 특허를 받아야 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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