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엽기적 사랑의 행로 “레이디 맥베스”

입력 2022-0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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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최고의 막장 드라마다. 그러나 막장 넘어 인간 욕망의 부조리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레이디 맥베스’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러시아의 문학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무첸스크군의 맥베스 부인’이 영화의 원작이다.

19세기 영국, 열일곱 살의 소녀 캐서린(플로렌스 뷰)은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을 한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다. 남편은 어린 신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시아버지와 남편은 오직 상류사회의 숨막히는 규율만을 어린 신부에게 강요한다.

캐서린이 매일 아침에 입는 코르셋은 그녀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다. 가슴부터 엉덩이 위를 숨막히게 조이는 코르셋과 드레스를 볼록하게 만드는 장치인 크리놀린은 당시의 사회가 여성에게 얼마나 혹독한 삶의 무게를 지우며 살게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캐서린은 결국 옥죄는 삶을 견디지 못하고 일탈을 하고 만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하인인 세바스찬(코스모 자비스)과 눈이 맞고 격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무자비하게 제거하여 관객을 충격에 빠지게 한다.

여기까진 평범한 치정극으로 보이지만 파국으로 몰고가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관객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절제된 카메라 움직임으로 캐서린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차갑게 포착해 낸다. 무엇보다 19세기 당시의 사물과 공간을 한 폭의 정교한 정물화처럼 화면을 구성하여 화면 어디를 정지해도 그림이 된다.

이런 미장센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엄격하고 단정한 화면에 광기가 깃들어 있다. 반복에 의해 빚어지는 기묘한 리듬이 숨 막히는 긴장을 형성한다”고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러시아 19세기 작가들이 그리는 여성 캐릭터와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삶의 질곡을 받아들이는 대신 주인공은 능동적·공격적으로 장애물을 헤쳐 나간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이 어쩌면 요즘의 페미 논쟁에 여러 생각거리를 던질 만하다. 이는 원작이 시대를 너무 앞서 갔다는 평단의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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