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형 인재라는 게 따로 존재하는 걸까? 이전 경력으로도 판단할 수 없다면, 스타트업은 어떻게 사람을 채용해야 할까? 필자의 짧은 경험을 토대로 지금 내리는 소결론은 다음과 같다. 잠정적인 결론이니만큼 곧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첫째, 스타트업형 인재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에서는 각자 맡은 소임이 비교적 명확하고, 나보다 더 똑똑한 동료들이 많고,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세부적이거나 작은 일들을 해주는 동료들도 많다. 반면에 스타트업에서는 특정 부문에서 일할 경우 해당 부문의 A부터 Z까지 수직 통합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공급사슬망(밸류체인)으로 비유하자면, 전자의 경우 특정 밸류체인만 하면 되지만 후자의 경우 모든 부분을 해야 한다. 인형에 눈만 붙이던 사람에게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인형을 다 만들어서 포장까지 하라니, 가능할 리 만무하다.
둘째, 스타트업형 인재는 스타트업에만 있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일지라도 누군가는 회사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회사의 목표에 맞게 이끄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따분함을 느끼는 스타트업형 인재들은 회사에 다니며 자기사업을 하기도 한다. 사업기회가 보이는데 경직된 시스템으로 인해 추진하지 못하면 상사 및 동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운이 좋을 때 이 기회를 잡아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본 경험을 가지기도 한다. 지난 3년간 이러한 특징을 가졌던 인물을 채용했을 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셋째, 사람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다른 초기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스윙도 좋은 인재를 모시기 어려웠다. 어쩌다 지인을 통해 좋은 이력을 가진 사람을 소개받으면, 스타트업형 인재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똑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뀔 수 있다’라고 스스로 설득했다. 나 스스로가 안정적인 직장만 다녔고 세금계산서도 끊을 줄 모르고 웹 도메인을 살 줄도 몰랐지만 스타트업을 하면서 잘 배워서 직접 다 했으니까. 하지만 이는 애초에 성향의 문제였고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도, 그 사소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을 ‘실무적인 일’이라며 배우려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할 일’이라고 미루고는 결국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기 전까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력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 스타트업은 어떻게 인재를 채용해야 할까? 스타트업형 인재들이 채용 전 인터뷰 단계에서 보였던 세 가지 특징은 아래와 같았다. 물론 이를 다 알고도 채용에 끊임없이 실패하고 있으니 역시 대표 4년 차의 소결론일 뿐 경험이 쌓이면 수정 및 추가될 예정이다.
첫째, 대체로 월급이나 종신 계약에 연연하지 않고, 스톡옵션에 욕심을 가졌다. 이들 스타트업형 인재들은 입사 후 몇 달 만에 자신들의 실력이 보일 것을 알고 있고, 그에 상응하게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알고 있는 만큼 “연봉이나 스톡옵션은 3개월 뒤 다시 얘기하시죠”라고 오히려 자신 있게 얘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렇게 얘기한 사람은 모두 입사 후 3개월 전에 연봉과 스톡옵션이 인상됐다.
둘째, 직급보다는 업무와 권한에 관해 묻는 경향이 있었다. 흔히들 안정적 직장에서 오는 사람들은 임원이라도 달아야 작은 회사에 오는 것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트업형 인재들은 직급 자체보다는 지금 주어진 업무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거기에 얼마만큼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협상하려 한다. 또한,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기 사람 누구를 데려와서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비추기도 했다.
셋째, 빨리 합류하고 싶어했다. 보상과 직급에 끌리는 사람들은 더욱 나은 패키지를 찾기 위해 오랜 기간 구직을 하지만, 성장 가능성, 업무, 권한에 집중하는 스타트업형 인재들은 면접 직후 빠르게 합류하고 싶어했다. 일찍 출근하고 싶어하는 사람일수록 지원하는 회사에 관한 관심과 확신이 높다는 건 어느 회사가 마찬가지이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과감하게 베팅하려면 자기 확신이 높아야 하다 보니 스타트업형 인재들만이 이런 경향을 보였다.
필자는 경영관리 서적이나 조직관리책을 정말 싫어한다. 책의 내용에 공감을 못 해서가 아니라 ‘원칙보다 리더의 행동이 조직문화를 결정한다’ 따위의 말들이 ‘숨은 코나 입으로 쉬어야 한다’만큼 당연한 얘기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위에 적은 스타트업 인재와 채용에 대한 내용도 너무나 당연한 얘기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뻔히 아는 것들을 못해서 실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설 연휴에는 그토록 무시하던 조직관리 책을 잔뜩 사서 한 줄 한 줄 공감하며 읽고 있다. 늘 그랬듯 올해도 최선을 다해 나의 부족함과 실수를 메꾸겠지만, 무엇보다 2022년에는 인복(人福)이 터져주길 바라며, 해피 뉴 이어!
PS. 스윙은 분야를 불문하고 스타트업인재들을 채용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