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증시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음식료품 종목이 새롭게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미국의 통화 긴축 행보에서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28일 오전 11시 15분 현재 농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1%(3500원) 오른 31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오뚜기(0.47%), CJ제일제당(5.12%), 롯데칠성(8.24%), 풀무원(1.25%) 등도 주가가 오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음식료품지수는 2.82%(98.70포인트) 상승한 3597.26을 나타내는 등 반등을 주도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음식료 종목은 시장의 관심 밖이었다. 내수를 기반으로 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면서다. 특히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세에 접어들 것이란 증권업계 전망이 쏟아졌다.
실제 지난해부터 즉석밥과 라면, 두부, 통조림 등 가공식품 가격은 줄줄이 올랐다. 농심은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고 오뚜기도 라면 가격을 평균 11.9% 높였다.
음식료 종목은 물가 상승 압박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도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업체는 가격 전가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며 “4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저항이 생각 더 크지 않을 가능성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보여줬던 저력이 다시 한번 발휘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당시 증시가 크게 하락했고 2년 차까지 정상화 기대에 경기민감주가 두드러졌으나 3년 차부터는 가격 피로에 음식료 종목이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년 차의 해”라며 “음식료 업종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에 불과해 역사적 하단에 위치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불안정했던 영업 환경에서 벗어나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최선호주는 농심, CJ제일제당 등을 꼽았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훼손은 4분기가 마지막”이라며 “영업이익은 1분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농심, CJ제일제당, 롯데칠성, 풀무원 등 7개 음식료 기업의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512억 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18.3% 늘어난 것이자 전망치(5553억 원)에 부합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