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한 외교적 해법 중 하나로 안보리 카드를 꺼낸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요청했다. 회의 소집일은 오는 31일로, 러시아가 안보리 순환 의장국이 되기 하루 전이다. 안보리 의장국은 순환직으로 이사국 15개국이 알파벳 순서대로 돌아가며 맡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10만 명이 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됐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불안정한 다른 불안정한 행위에도 관여하고 있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명백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안보리 이사국은 이 사실을 직시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국제질서의 핵심 의무와 원칙에 위태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기다리면서 지켜볼 때가 아니다. 지금 안보리가 전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직접적이고 결의에 찬 논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안보리는 우크라이나 국경 문제를 비공개 협의해왔다. 이에 이번에 공개회의가 열리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와 공개적인 무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드문 기회가 될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최소 9개국이 공개회의 개최를 지지하고 있어 러시아가 공개회의 소집을 저지하려 해도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자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은 물론 우크라이나 북쪽에 맞닿아 있는 동맹국 벨라루스에도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우려, 침공 시 신속하고 혹독한 제재를 다짐하며 러시아를 압박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미·러 외교장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했다. 이후 미국은 26일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을 보냈으며,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