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빅5 모델에 따르면 다섯 가지 성격요소(Big Five personality traits), 즉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을 통해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고 큰소리치는 성격 테스트 사이트에서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알려진 이론이다. 재미 삼아 검사를 해보니 내 성격은 물론 내게 맞는 직업군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직업과 성격을 매칭할 수 있는 근거가 궁금하다.
그런데 직업까지는 아니어도 직장생활이 위에서 말한 성격 요소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해 5월 독일 훔볼트 대학의 에바 아젤만(Eva Asselmann)과 율레 슈페히트(Jule Specht) 연구팀이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란 학술지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 초년생인지 아니면 은퇴를 앞둔 사람인지에 따라 각 요소의 스칼라가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성공 경험 역시 성격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약 6000여 명의 직장인이 네 차례에 걸쳐 응답한 설문 데이터를 이용해 직장생활이 다섯 가지 성격 요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성실성은 직장 생활 첫해에 가장 높게 나타났고, 정년이 지나면서 다시 하락한다. 은퇴와 함께 좀 여유로운 사람이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친화성은 일을 시작한 후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개방성이나 신경성, 즉 정서적 안정은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는지 곧 은퇴하는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베른 대학의 안드레아스 히어(Andreas Hirsch)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시기보다는 성공 경험 여부가 이들 요소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즉 전문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서적으로 더 안정됐으며, 경험에 대해 개방적 성향을 보였다.
위 연구가 성격 변화의 피동성을 보여준다면, 계획과 적절한 방법을 통해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메소디스트 대학(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SMU)의 나단 허드슨(Nathan Hudson) 교수 연구팀은 2019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에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했다. 자신의 변화를 원하는 피실험자들에게 15주 이상 자신에게 맞는 도전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예를 들어 좀 더 외향적이 되고 싶은 사람은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 짓기’ 혹은 ‘스마트폰에서 앱으로 주문하기’ 따위의 챌린지를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전에 성공해 생각이나 감정 혹은 행동 방식이 계획했던 방향으로 지속해서 움직여가면 원하던 방향으로 성격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실험들을 보면 인간은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지속적으로 변하고 발전할 수 있는 존재다. 해가 바뀌고 나이 앞자리까지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무기력하고 게으르게 하루를 보내는 게 새삼 부끄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