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올해 1조 모태펀드 출자 2조 이상 펀드 조성"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해 7조6802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관련 업종이 벤처투자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벤처투자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는 7조6802억 원으로 종전 역대 최대실적이었던 2020년(4조3045억 원)보다 약 3.4조원 증가했다. 벤처 투자 건수와 피투자기업 수도 각각 5559건, 2438개사로 모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438개 사가 평균 2.3회에 걸쳐 31.5억 원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4분기 모두 전년 동분기 대비 투자가 증가했다. 2분기는 최초로 1조 원 넘게 증가한 1조9053억 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에는 단일 분기 2조 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3분기까지 누적 투자는 약 5.3조 원을 기록하며 종전 최대실적인 4.3조 원을 1분기 당겨 경신했다. 4분기에도 2.4조 원의 단일 분기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업종별로는 코로나 사태로 부각된 ICT 분야와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등 관련 업종에서 투자가 급증했다. ICT는 125.6%(1조3519억 원) 증가했고, 유통·서비스는 100.9%(7306억 원), 바이오·의료는 40.1%(4800억 원) 증가했다.
10년 전 벤처투자와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해진다. 투자 비중 상위 3개 업종이 2011년에는 전기·기계·장비, 영상·공연·음반, ICT이었지만 지난해에는 ICT 분야,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관련 분야 투자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비대면 분야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는 전년대비 100.8% 증가하면 4조1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초로 4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대면 분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초로 50%를 상회했다.
지역별 벤처투자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의 벤처투자 비중은 75.1%, 서울은 56.3%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해 서울·수도권 지역에 벤처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반면 5대광역시와 지방 지역의 벤처투자 비중은 각각 9.3%, 7.4%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치다.
지난해 벤처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의 업력별 현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3조4814억 원으로 가장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의 45.3%를 차지했다. 중기부는 벤처캐피탈(VC)들이 창업단계에서 투자한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이면서 후속투자 또는 스케일업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벤처캐피탈(VC) 가운데 지난해 벤처투자를 가장 많이 한 곳은 새한창업투자(3738억 원)로 한국투자파트너스(3179억 원), 케이비인베스트먼트(2702억 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2588억 원), 미래에셋벤처투자(2254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VC에게 투자유치를 가장 많이 받은 기업은 가상화폐 거래소 두나무(1509억 원)이며, 엔픽셀(1139억 원), 세미파이브(702억 원),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600억 원), 에이블리코퍼레이션(56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금년에는 양적 긴축과 금리 인상 등으로 유동성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펀드 결성과 벤처투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벤처투자가 위축되지 않고 제2벤처붐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금년에 1조 원 규모의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2조 원 이상의 펀드를 만들고, 제도적으로도 실리콘밸리식 복합금융과 복수의결권 도입 등 유니콘 기업의 탄생과 투자확대를 위한 제도도 반드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쏠린 벤처투자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조만간 구체적인 지역투자 확대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